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기존 이미지 활용해 새 작품 만들고 흐릿한 사진도 高해상도로 되살리죠

입력 : 2023.03.07 03:30

이미지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로 컬러 복원한 독립운동가들 흑백 사진. /국가보훈처
인공지능 기술로 컬러 복원한 독립운동가들 흑백 사진. /국가보훈처
지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外壁) 전광판에는 김구·김좌진·안중근·유관순·윤동주 등 친숙한 독립운동가의 영상이 나오고 있어요. 국가보훈처가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 15인의 흑백 사진을 컬러 이미지로 복원해 영상으로 제작했거든요. 이번 작업에는 흐릿하거나 망가진 얼굴을 고해상도로 복원하는 이미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고 해요.

이미지 인공지능은 작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어요. 그 시작은 작년 4월 미국의 오픈 AI가 발표한 '달리2(DALL-E2)'입니다. 오픈 AI는 출시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한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만든 곳이에요. 달리라는 이름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월리(WALL-E)'의 캐릭터에서 가져왔죠. 달리2는 2021년 발표한 달리(DALL-E)의 후속인데요. 이미지 인공지능 생태계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이미지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자세히 입력해야 합니다. 결과를 만드는 텍스트 명령어를 '프롬프트'라고 해요. 달리2 이전만 하더라도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 뒤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단어들로 텍스트를 완성한 후 이와 관련한 이미지를 만들었지요. 인공지능이 프롬프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참고하니 상상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약점이었죠.

그런데 이번 모델은 멀쩡한 이미지를 점점 왜곡해 노이즈 상태로 만들었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을 학습했습니다. 그래서 참조할 이미지가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도 아무 픽셀이나 고른 후 이미지를 왜곡하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런 이미지를 텍스트로 해석한 다음, 처음에 입력한 프롬프트와 비교해 차이점을 최대한 좁히는 게 달리2의 원리입니다. 덕분에 이용자가 원하는 결과와 최대한 비슷하면서도 기존에 없던 느낌의 이미지가 탄생했습니다. 특히 사실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이미지에 강점을 보였습니다.

이에 자극받아 작년 여름 나온 이미지 인공지능 서비스가 '스테이블 디퓨전'입니다. 영국의 AI 연구소 '스테빌리티 AI'에서 만든 스테이블 디퓨전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인데요. 달리2만큼 사실적인 이미지를 잘 뽑아내면서도, 서비스를 오픈소스로 공개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달리에서 허용하지 않는 유명인, 만화 캐릭터 등 저작권에 민감한 이미지도 학습할 수 있어서 표현의 범위가 훨씬 넓죠.

이미지 인공지능이 주목받자 저작권 문제도 불거지고 있어요. 올 초 일러스트레이터 3명이 스테빌리티 AI 관계자를 고소했어요. 원작자 동의 없이 약 50억개의 이미지를 학습시키며 수많은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입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