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몸길이 50㎝에 가시가 5㎝… 독 대신 가시로 천적 쫓아요

입력 : 2023.03.01 03:30

가시복

가시복의 가시는 위협받으면 수직으로 곤두서죠. /코엑스 아쿠아리움
가시복의 가시는 위협받으면 수직으로 곤두서죠. /코엑스 아쿠아리움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판 예고편이 얼마 전 공개됐는데요. 원작 만화영화에는 없는 바닷속 친구들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어요. 주인공 애리얼이 어떤 물고기를 손으로 톡 건드리자 놀라서 몸을 한껏 부풀리고 가시를 바짝 세우는 장면도 그중 하나죠.

이 물고기는 복어의 한 종류인 '가시복'이랍니다. 복어는 무서운 독을 품고 있으면서도 음식 재료로도 인기가 많은데요. 가시복은 잘 요리해 먹지도 않고, 여느 복어들과 다른 점도 많아요. 우선 많은 복어가 테트로도톡신이라고 하는 독을 갖고 있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무기로 삼고 있는데요. 가시복에게는 이 독이 없어요. 이 독 대신 가진 무기가 바로 온몸을 덮은 가시죠. 이 가시는 비늘이 변한 것인데 평소에는 납작하게 접혀 있어요. 가시복이 위협을 받으면 바닷물을 들이마시며 배를 빵빵하게 부풀리는데, 그러면 누워 있던 가시들이 수직으로 곤두서요. 마치 온몸이 가시로 뒤덮인 고슴도치나 성게처럼 변하는 거예요.

가시복은 몸길이가 최장 50㎝까지 자라고 가시는 길게는 5㎝까지 자라요. 여기에 한 번 몸을 부풀리면, 자기 몸의 최대 3배까지 더 크게 만들 수 있대요. 이렇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면 가시복과 맞닥뜨린 천적 상당수는 잡아먹는 걸 포기한대요. 하지만 덩치가 월등히 큰 상어나 돌고래·다랑어 등에게는 꼼짝없이 먹히고 말죠. 가시복이 몸을 빵빵하게 하고 가시를 세울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몸을 부풀렸다가는 스트레스를 받고 기진맥진해 죽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수중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가시복과 마주쳤을 때 귀엽다고 손으로 툭툭 건드리지 말자는 암묵적인 규칙도 있대요.

가시복의 짝짓기는 물 위에서 진행돼요. 수컷들이 암컷들을 쫓아 물 위로 밀어올리면서 배를 자극하면 암컷이 알을 흩뿌리고, 수컷들은 자신의 정액을 뿌리죠. 이렇게 수정된 알은 물 위를 나흘 정도 둥둥 떠다니다가 부화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나흘 동안 알 대다수가 다른 물고기의 밥이 되고 만대요. 가까스로 부화한 새끼는 포식자들을 피해 해초 밑에 숨어서 지내죠.

가시복은 전 세계 온대·열대 바다에 골고루 분포해 있는데요. 기후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보이는 횟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어요. 대만과 필리핀 부근에서 부화해 난류를 타고 우리나라 동해까지 올라오는 거죠. 가시복은 오키나와나 하와이·타히티 등의 섬 지역에서는 요리해 먹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먹지 않아요. 고기를 잡을 때 그물에 걸려 들어와 고등어 등 생선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벌어져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동글동글하고 깜찍한 모습 때문에 수족관에서는 어린이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