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사회가 급변하면서 불안해진 개인들… 전체주의 통제에 복종하며 자유 포기
입력 : 2023.02.28 03:30
자유로부터의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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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부터의 도피’ 영문 초판(1941) 표지. /위키피디아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1941년 출간한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인간의 불안을 파헤친 현대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명저(名著)예요. 그 명성에 걸맞게 전 세계 30개가 넘는 나라에서 출간됐고, 500만부 이상이 판매됐어요. 프롬은 사회 변혁에 따라 인간 내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깊이 몰두했는데,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는 현대인의 삶을 연구했어요. 한편으로는 베트남 전쟁과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목소리를 낸 실천적 학자였죠.
인류는 태초부터 불안한 존재였어요. 맨몸으로 거친 환경에 부딪쳐야 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인간은 지혜를 모아 공동체 생활과 농경을 시작하면서 삶의 안정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점점 인간은 '불안'을 떠안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죠. 중세 사회에도 상시(常時)로 위험이 존재했지만,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 안에서 나름의 보호를 받으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현대와 같은 급격한 사회 변혁은 사실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중세 이후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물질적 부(富)를 누리게 됐어요. 민주주의 사회를 세계 곳곳에서 이룩하기도 했죠.
민주주의의 확대와 더불어 개인의 자유도 크게 늘었지만, 급변하는 사회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무능력한 존재로 만들었어요. 불안은 사람들이 다시 '권위주의'에 의존하게 했고, 전체주의에도 기꺼이 복종하게 했어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에 자발적으로 복종한 독일 국민이 대표적인 사례죠. 정치적으로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거대한 기계를 이루는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그곳에서 만족스럽게 살아요.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만든 세계에서 인간이 포로가 된 것이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곳에서마저 도피하려고 하는 게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에리히 프롬의 주장이에요.
불안하고 무기력한, 도구화된 존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접 생각하고 느끼고 원해야 해요. 그래야만 사랑과 일 속에서 우리 감정과 감각, 지적 능력을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죠. 바깥 세계와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수도 있고요. 그 길은 늘 열려 있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현대인들에게 완전한 자유가 주어졌을까요? 그 자유를 알차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