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비싸지 않고 탄소 안 생기는 에너지원… 소형원자로 등 신기술 개발되고 있죠
입력 : 2023.02.23 03:30
원자력, 무엇이 문제일까?
원자력은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섭니다.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원자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에너지 안보를 생각하면 원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오늘날 현실입니다.
최근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탄소 중립'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원자력에 등을 돌렸던 나라들도 다시 원전으로 돌아오는 '원전 회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원전에서 탈피하려던 전 정부의 정책에서 벗어나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원자력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과학적·사회적 측면에서 짚어보고 우리가 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기 쉽게 정리해 놨어요. 화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으로,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최초의 여성 회장에 올랐던 지은이의 명쾌한 설명이 돋보입니다. 지은이는 원자력이 고도의 과학기술 분야인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현실 적용이 가능한 분야라고 봅니다. 고도의 전문성과 국민의 신뢰가 골고루 어우러져야 발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은이는 모든 에너지원(源)에 장단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비용이 싼 에너지원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석탄·석유 같은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은 싸고 전력 생산의 안정성이 크지만 탄소가 많이 발생해 환경에 치명적입니다.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은 깨끗하지만 비싸고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이 있죠. 원자력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요.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인 것이죠.
이 책은 원전이 왜 필요한지 설명합니다. 원자로에서 방사선이 누출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제작하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그렇다고 원전이 무조건 좋다고만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20세기 들어 원자력이 실용화되면서 불행하게도 핵무기가 개발된 역사를 짚고,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과 결과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어요.
그런 위기의 역사를 거쳐 전 세계에서 원전 약 440기가 가동되고 있고(2021년 기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안전하고 혁신적인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과정도 소개합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고 재처리하는 문제, 계속되는 핵무기 개발 위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이런 숙제를 해결하면서 원전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다른 에너지원들과 합리적으로 에너지믹스(전원 구성)를 짜는 문제를 이 책을 읽으며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