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가족이니까 괜찮다'며 폭력 발생… 정인이법 등 제도로 막아야 해요
입력 : 2023.02.20 03:30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출판사 동아시아|가격 1만6000원
김희경 지음|출판사 동아시아|가격 1만6000원
이 책은 가족을 둘러싼 문제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에 관한 책이에요. 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동 학대는 늘어가는 시대, 저자는 이 문제들이 '가족'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해요. 특히 가부장제에 뿌리를 둔 한국의 '가족주의'에서요.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정상(正常)가족'이라는 모델 하나를 정해 놓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있어요.
먼저 저자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피면서 한국만의 가족주의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했는지 들여다봐요. 그리고 '가족이니까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는 폭력들이 가족주의에서 비롯된 거라고 이야기하지요. 우리나라가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제도와 정책도 가족 단위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이게 지나치다 보니 국가와 책임을 나눠야 할 부분도 모두 가족이 짊어지게 돼 개별 단위 가족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요.
1장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정말 안전한지 물어요. 2장에서는 입양 등 사회에서 '정상가족'이라고 불리지 못하는 가족의 형태에 대해 들려주고요. 3장에서는 가족주의가 학교와 회사 등의 공동체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요. 세 장에 걸쳐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니 이제 대안도 마련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부모의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한 스웨덴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해결책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먼저 개인적으로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돌봄이라는 그림자 아래 약하고 힘없는 누군가에게 정신적·육체적인 폭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가족 구성원 각각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다음으로 사회적으로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족 개별 단위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돌봄'을 나누어 보자는 거예요.
저자는 여기에서 나아가 '공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말해요. 이를테면 '정인이 사태(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영아가 입양 271일 만에 사망한 사건)'를 보며 아파하는 것 이상으로 '정인이법(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2021년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만들고 잘 실행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요.
가족에 대한 책은 참 많아요. 그러나 '아동 인권'과 '가족주의'에 대한 이 책은 가족의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가족 관련 책과는 좀 달라요. 주제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문장이 짧고 내용도 명쾌해 쉽게 읽혀요. 이 책을 읽고 '정인이법'에 대해 공부해 본다면 더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