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깃털은 검은색, 부리는 빨간색… 호주에서만 볼 수 있죠

입력 : 2023.02.15 03:30

검은고니

검은고니가 유유히 물 위를 헤엄치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검은고니가 유유히 물 위를 헤엄치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Black Swan)'을 쓴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최근 세계 경제를 아주 비관적으로 전망했어요. 블랙 스완은 검은색의 고니(백조)라는 뜻인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실제 벌어지는 걸 말하죠. 고니는 흰색이라는 게 통념이라, 검은색 고니가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는 데서 유래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온몸이 까만 깃털로 뒤덮인 블랙 스완, '검은고니'가 있답니다. 고니는 북극권과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등 지구 북쪽에 주로 서식하지만, 검은고니는 훨씬 남쪽인 호주 남서부와 태즈메이니아섬 등에 살고 있어요.

검은고니는 1697년 호주 남서부를 탐험하던 원정대에 의해 처음 발견됐대요. 초기 호주 땅에 정착한 백인들은 검은고니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우아한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고기를 얻기 위해 마구 사냥했어요. 여기에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숫자가 계속 줄어들자 호주 정부는 1979년 검은고니를 보호동물로 지정했어요. 호주 일대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검은고니는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로 사랑받고 있죠. 검은고니의 전체 몸길이는 117㎝ 정도인데, 철새로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큰고니·혹고니에 비해 몸집이 아담한 편이죠.

우리나라에 오는 고니들이 눈처럼 흰 깃털에, 부리 색깔은 검은색 또는 노란색인 것에 비해, 검은고니는 날개 끝의 일부 흰 깃털을 제외하곤 온몸이 검은색이고 부리는 빨간색인데 끝부분만 흰색이에요. 고니들은 우아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자기 영역을 정해 놓고 누군가 이를 침범하려 들면 사납게 방어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검은고니는 이런 습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대요.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큼지막한 날개를 활짝 펼치고 퍼덕여서 상대방을 겁줘 쫓아버리죠.

검은고니는 주로 물풀을 뜯어 먹고 이따금 물 밖으로 나와서 풀을 뜯어요. 금실이 아주 좋아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암수가 짝을 지으면 평생토록 함께 산대요. 고니 하면 생각나는 게 동화 '미운오리새끼'로 유명한 아기 고니들이죠? 태어났을 때는 온몸이 회색 깃털로 뒤덮여 있다가 점차 어미처럼 흰색 깃털을 갖게 되는데요. 검은고니의 새끼들 역시 회색 빛깔이지만, 자라면서 검은 깃털을 갖게 돼요.

다 자란 검은고니들은 번식 철이 끝나면 특히 몸조심을 해야 해요. 일제히 털갈이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날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이때가 되면 각자 짝과 지내던 검은고니들은 여러 마리가 우르르 몰려들어 안전한 무리 생활을 한답니다. 무리 내 동료와 소통할 때는 트럼펫을 연상시키는 울음소리를 내고요. 최근 호주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검은고니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래선 곤란하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대요. 사람 손에 길들여져 스스로 먹이 찾는 법을 잊어버리고 새끼에게 전수할 수도 없게 돼 생존 능력이 급격히 퇴화하게 된다는 거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