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하늘 위에서 강처럼 흘러… 집중호우 일으키기도 해요

입력 : 2023.02.09 03:30

대기천(大氣川)

2010년 12월 19일 오후 1시(동부 표준시)에 포착된 ‘대기천(大氣川)’의 모습. 미 서부 지역으로 드리운 긴 띠 모양의 기류가 보입니다. /위키피디아
2010년 12월 19일 오후 1시(동부 표준시)에 포착된 ‘대기천(大氣川)’의 모습. 미 서부 지역으로 드리운 긴 띠 모양의 기류가 보입니다. /위키피디아
하늘에도 강이 있다고 하면 믿겨지나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국 미시시피 강물의 15배나 되는 물이 지구 상공을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하늘 위를 흘러다니는 이 강의 정체는 일명 '대기천(大氣川·Atmospheric River)'이라 불리는 수증기인데요.

학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홍수를 연구하다가 집중호우의 원인이 대기천, 즉 '하늘 위를 흐르는 강(Rivers in the Sky)'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1998년 MIT(매사추세츠공과대) 연구원인 리처드 뉴웰 등이 이 사실을 발견했지요. 그는 이 강이 보통 적도 근처 열대 해양 지역에서 시작해서 북쪽 대륙 지역에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공급해 준다고 발표했어요.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소장인 마티 랠프 박사는 하늘 위 강은 평균적으로 길이가 1600㎞이고 폭이 최대 400㎞ 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학자들은 하늘 위에 흐르는 강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하늘에 강이 흐르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모여서 흐르는 강 같은 흐름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국지질연구소는 2021년 이 강에 대한 정의를 내렸는데요. 첫째, 하늘 위의 강은 수증기를 열대지방에서 극지방으로 운반하는 매우 좁고 긴 띠 모양을 보인다. 둘째, 하늘 위의 강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담수의 강으로 미시시피강의 하루 평균 배출량의 7~1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수송한다. 셋째, 하늘 위의 강은 지상의 강들처럼 한 곳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기후 상태에 따라 지구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다. 넷째, 하늘 위의 강은 북아메리카·서유럽·남미 남동부·동남아시아·뉴질랜드 연간 평균 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21년 11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때아닌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철도와 고속도로가 마비되고 약 9조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요. 작년 말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최대 1000㎜ 이상 호우가 쏟아졌고요. 이 대홍수로 침수·산사태·정전이 발생하면서 17명이 사망했고 비상사태가 선포됐어요. 미 국립기상청은 두 호우 사례 모두 하늘 위 강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국립기상청은 최장 7일 전에 하늘 위의 강을 예측해서 호우경보를 발령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여름 중부지방에서 54일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홍수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당시 공주대 장은철 교수는 "수증기가 하늘 위의 강을 통해 이동해 와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하늘 위의 강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