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반딧불이 본뜬 친환경 조명으로 어두운 밤하늘 되찾아요

입력 : 2023.02.07 03:30

빛공해와 발광생물

[재미있는 과학] 반딧불이 본뜬 친환경 조명으로 어두운 밤하늘 되찾아요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은 모래알처럼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노래하지요. 그런데 반짝이는 별을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공조명들 때문에 밤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있다고 해요.

18년 뒤, 지금 별의 절반은 볼 수 없어

독일 지구과학연구소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팀은 최근 10여 년 동안 별을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밤하늘의 밝기가 매년 9.6%씩 밝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연구팀이 사용한 자료는 전 세계 시민과학자 그룹 '글로브 앳 나이트'가 직접 관측한 데이터예요. 과학자들이 지역과 날짜에 따라 볼 수 있는 별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면, 시민과학자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을 표시해 다시 공유했죠. 이렇게 정리한 정보는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공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내는 중요한 자료가 됐어요. 밤하늘이 밝아질수록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의 개수는 줄어들거든요.

연구팀은 글로브 앳 나이트가 쌓은 관측 자료 중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동안, 5만여 명의 참가자가 구름·달이 없는 밤에 찍어서 모은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밤하늘의 밝기는 매년 9.6% 밝아지고 있었죠. 키바 박사는 "밤하늘의 밝기가 밝아지는 속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어요. 그는 "이 속도대로라면, 우리가 지금 밤하늘에서 발견한 별 중 60%는 18년 뒤에 아예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LED 조명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빛공해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죠.

잠 못 이루는 밤, 생태계 교란은 덤

빛공해는 인공조명을 과도하게 많이 사용해서 어두운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해요. 1910년 미국의 천문학자 지디언 리글러가 처음 주장했지요. 별을 연구해야 하는데 밝은 빛이 별빛을 가려 연구를 방해했거든요. 한국은 빛공해가 심한 국가로 꼽혀요. 지난 2016년 전 세계의 빛공해 실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빛공해에 많이 노출된 국가 2위였습니다.

문제는 빛공해로 인해 동식물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나아가 생태계가 교란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과학자들은 여러 방면으로 빛공해로 인한 문제점을 연구했어요. 우선 빛공해로 인해 사람들의 건강이 망가질 수 있어요. 인간의 몸은 밝은 낮에 활동하고, 어두운 밤에 잠을 자는 생체리듬을 가졌죠. 그러나 어두운 밤에 조명이 환하게 비추면, 몸은 여전히 낮인 줄로 착각해요. 호르몬 분비나 세포 조절 등 몸 상태를 낮에 맞추지요. 그 결과 밤에도 잠을 잘 수 없는 불면증, 심할 경우 암이나 우울증 같은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답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07년 빛공해를 '발암물질'의 하나로 인정했어요.

생물들의 성장과 번식을 방해하고, 생태계 교란, 농작물 수확량 감소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은 LED 가로등으로 인해 곤충의 애벌레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어요. 연구진은 버킹엄셔·버크셔 등 지역의 26개 지점에서 가로등이 켜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하고, 약 400시간 동안 두 곳의 나방 애벌레 개체 수를 비교 관찰했어요. 그 결과 조명이 켜진 곳의 나방 애벌레 개체 수는 꺼져 있는 곳의 3분의 2 정도였어요. 밝은 조명 때문에 포식자들에게 더 잘 눈에 띄면서 번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거죠.

이외에도 밤이 되면 해안가 모래사장 10㎞ 이내에 알을 낳는 바다거북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어 생존에 위협을 받아요. 계절에 따라 지역을 옮겨 다니는 철새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별빛을 보지 못해 길을 헤매기도 하죠.

빛공해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의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요. 산림과학원은 가로등이나 조명에 의해 밤에도 밝은 빛을 가까이하는 식물들은 성장을 방해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어요. 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내놓고, 밤에는 호흡하며 이산화탄소를 뱉어요. 그런데 밤에 조명 빛을 쬐기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의 호흡량이 평소보다 급격하게 늘었어요. 왕벚나무는 2.2배, 은행나무는 4배까지 늘어났죠.

발광 세균으로 만드는 친환경 조명

그렇다면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밤에 인공조명을 쓰지 않는 게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많은 사람이 아주 짧은 시간만이라도 밤에 불을 끄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로, 오후 8시부터 약 10분간 불 끄기 행사를 진행하죠.

하지만 이런 조명 끄기 캠페인은 빛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조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생물 발광 기술을 이용한 '생물 발광 조명'이에요.

프랑스의 스타트업 '글로위'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생물에 주목했어요.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면 인공조명을 대신할 친환경 조명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친환경조명은 빛공해의 원인이 되는 인공조명보다 파장이 짧아 굴절이 덜하기 때문에 확산도 덜 되고 피해도 적거든요.

글로위는 우선 바닷가에서 스스로 빛을 내뿜는 해양성 세균 '아리이비브리오 피쉐리'를 채집했습니다. 이 세균들을 배양해 조명용 튜브에 넣고, 그 안에서 살게 해 수조 형태의 발광 조명을 만들었지요. 튜브 안에 먹이인 설탕·산소만 계속 공급해주면 되고, 전기나 별도의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도 없어서 친환경 조명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스스로 발광하는 식물도 있어요. 미국 MIT 연구팀과 러시아의 생명공학기업 '플란타'가 개발한 발광식물이 주인공이죠. 이들은 반딧불처럼 자연에서 스스로 발광하는 생물들을 본떴어요. 플란타는 발광하는 독버섯의 유전자를, MIT는 반딧불이의 발광 원인 물질을 식물 안에 주입했죠. MIT에서 개발한 기술의 경우 발광 물질을 반복 충전할 수 있는데 그러면 식물에서 빛이 난답니다.

물론 두 연구팀에서 개발한 발광식물이 현재 LED 조명을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을 거예요. 지속시간도 더 길어야 하고, 훨씬 더 밝은 빛을 내야 하지요. 그럼에도 빛공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훗날 언젠가 발광 생물 조명이 도시를 밝힐 그날이 기대됩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