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가지는 수평, 잎은 선형으로 자라… 울릉도에서만 자생한대요

입력 : 2023.02.06 03:30

울릉솔송나무

울릉솔송나무(왼쪽)와 잎 부분을 확대한 모습(오른쪽). /문화재청·국립산림과학원
울릉솔송나무(왼쪽)와 잎 부분을 확대한 모습(오른쪽). /문화재청·국립산림과학원
동해에 우뚝 솟은 울릉도는 성인봉을 중심으로 지형은 가파르고 눈비가 많이 내려 식물에게는 천국이지요. 섬노루귀 등 초본식물(草本植物·줄기가 나무질이 아닌 식물)과 섬단풍나무·왕매발톱나무·우산고로쇠 같은 목본식물(木本植物) 등 고유종의 비율이 제주도보다 더 높아요.

세계적으로 관상 원예 분야의 중요 소재인 솔송나무속(屬)은 아시아의 한국·중국·일본에 6종, 북미에 5종이 자생합니다. 이 중에서 '울릉솔송나무'는 오직 울릉도에만 자생해요. 이 나무는 보통 20~30m까지 자라요. 줄기 겉면은 회갈색으로, 가지는 수평으로 퍼지며 자랍니다. 잎은 선형(線形·직선처럼 똑바른 형태)이고 길이가 1~2㎝, 폭은 3㎜ 정도로 얇으며, 끝이 약간 패어 있습니다. 잎의 앞면은 윤기가 나며 짙은 녹색이고, 뒷면에는 두 개의 회백색 기공(氣孔·식물 내부의 물이 기체 상태로 되어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갈 때의 주요 통로)이 있어요.

울릉솔송나무는 주로 해발 310~500m 정도 북향 경사면, 배수가 잘되는 능선부에 살아요. 나리분지나 천연기념물 제50호인 '울릉 태하동 솔송나무·섬잣나무·너도밤나무 군락'에서 울릉솔송나무를 볼 수 있으나, 아쉽게도 그루 수는 매우 적답니다.

울릉솔송나무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솔송나무와 같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1917년 하버드대 부설 아놀드식물원의 수목학자인 E.H. 윌슨이 울릉도에서 솔송나무의 식물표본을 채집한 이래 쭉 그렇게 인지돼 왔었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7년 이화여대를 포함한 4국 8기관 과학자 9명이 울릉도와 일본에 자생하는 솔송나무의 형태·유전자 등 여러 형질을 다년간 비교 연구한 끝에 울릉도의 솔송나무에 '울릉솔송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새롭고 귀중한 고유종이 보태진 거죠. 그 결과 울릉솔송나무는 영국 큐식물원과 미국 아놀드식물원·미주리식물원의 식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습니다.

대개 낙엽활엽수에 비해 상록침엽수는 성장이 느리고, 크면 클수록 햇볕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햇볕 때문에 항상 주위 나무와 경쟁해야 하죠. 울릉솔송나무도 마찬가지예요. 울릉솔송나무의 앞날이 어두워 앞으로 이를 지키기 위한 큰 관심이 필요해요.

울릉솔송나무는 우리나라의 식물원과 수목원에서 그리 자주 볼 수도 없고, 조경 분야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까운 고유 식물자원입니다. 하지만 대기오염 피해나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양지나 반(半)음지에도 잘 자라기에 식물원·수목원·공원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일반주택의 정원에도 쓸모가 꽤 많은 좋은 나무지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장·영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