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너무 다른 세 친구 오소리·곰·사슴… 각자 개성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얘기
입력 : 2023.02.02 03:30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곰
다비드 칼리 지음|랄랄리몰라 그림|엄혜숙 옮김|출판사 나무말미|가격 1만3000원
다비드 칼리 지음|랄랄리몰라 그림|엄혜숙 옮김|출판사 나무말미|가격 1만3000원
옛날 옛적 어느 숲속에 곰이랑 오소리, 그리고 말코손바닥사슴이 살았어요. 셋은 친구지만 너무나 달라요. 곰은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재미있는 것은, 곰은 언제나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늘 친구와 함께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곰의 친구 오소리도 특이해요. 오소리는 함께 뭔가를 하자는 제안을 받으면 항상 그것을 하고 싶다고 말해요. 하지만 늘 잠이 들고 말아요. 반면에 말코손바닥사슴은 늘 새로운 생각을 하는 친구예요.
어느 날이었어요. 말코손바닥사슴이 함께 낚시하러 가자고 하네요. 곰은 그런 거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오소리는 같이 가자고 말하곤 곧바로 잠드네요. 그래도 셋은 낚시를 하러 갑니다. 말코손바닥사슴이 신나는 표정으로 앞장서고, 그 뒤로 곰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잠든 오소리의 다리를 잡고는 질질 끌며 강가로 가네요.
날이 저물 무렵 말코손바닥사슴은 물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어요. 곰은 두 마리를 잡았고, 오소리는 계속 졸면서도 한 마리는 잡았네요. 셋은 각자 두 마리씩의 물고기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요. 이후 땔나무를 모으기도 하고, 모닥불 옆에서 노래도 해요. 늘 그렇듯 제안은 말코손바닥사슴이 하고, 곰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함께하고, 오소리는 매번 잠들면서도 함께해요.
밤이 왔어요. 셋은 잠이 들어요. 아주 푹 잘 잤지요. 오소리만 빼고요. 곰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바람에 오소리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어요.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에요. 뭔가 특별한 사건이나 모험이 펼쳐지진 않아요. 숲속의 세 친구는 언제나 똑같은 행동을 하고, 서로를 똑같이 대하지만, 언제까지나 함께하며 앞으로도 사이좋게 살아가겠지요. 서로 너무나 다른 성격이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서로를 위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아요.
그런데 말코손바닥사슴은 대체 어떻게 생긴 동물일까요? 영어로 무스(moose)라고 하는데, 지구상의 사슴 중 가장 큰 종류이고 말보다 덩치가 크다고 해요. 코 부분이 말과 비슷하게 생겼고, 수컷은 사람 손바닥 모양의 거대한 뿔을 가지고 있다죠. 번역자와 출판사는 '무스'를 그냥 '사슴'으로 번역하면 어떨지 오래 고민했다고 해요. 그러면 '곰'과 '오소리'와 같은, 책 속 친구들의 이름과도 호응이 잘 이루어질 테니까요. 그런데 책 속의 이 친구는 늘 아이디어를 내는 적극적인 성격이잖아요. 실제로도 말코손바닥사슴은 저돌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동물이라고 해요. 원작자인 다비드 칼리는 이 책을 쓸 때 동물들의 생태와 실제 성격을 깊게 이해하고 이를 섬세하게 반영했어요. 여기에다 우리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낯선 존재를 만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말코손바닥사슴'으로 번역하기로 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