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안경 쓴 것처럼 눈 주변만 밝은색… 겨울잠 안 잔대요
입력 : 2023.02.01 03:30
| 수정 : 2023.02.01 10:21
안경곰
- ▲ 안경곰은 눈 주변만 밝은색을 띠고 있어 마치 안경을 쓴 것 같은 모습이죠. /위키피디아
곰은 북극부터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데요. 안경곰은 그중 유일하게 남아메리카에만 살고 있는 종류랍니다. 주요 서식지 중 한 곳이 안데스 산맥이라서 안데스곰이라고도 해요. 에콰도르·볼리비아·베네수엘라·콜롬비아·페루 등에 걸쳐 해발 2600m가 넘는 험준한 산악 지대부터 습한 밀림, 건조한 초원까지 다양한 기후대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어요.
동남아시아 정글에 사는 말레이곰과 함께 가장 몸집이 작은 곰으로 꼽히죠. 다 자라도 머리 몸통 길이가 140㎝ 정도인데, 아메리카 대륙 북쪽 끝에 사는 북극곰이나 불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요. 이렇게 곰치고는 덩치가 왜소한 데다 성별에 따른 체격 차이도 두드러진 편이어서 암컷의 덩치와 몸무게는 수컷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답니다.
안경곰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독특한 얼굴 모습 때문이에요. 전체적인 몸 색깔은 거무튀튀한데 두 눈 주변만 상대적으로 흰색 또는 노란색을 띠는 경우가 많아 마치 안경을 쓴 것 같은 모습이거든요. 얼굴은 흰 털로 덮여 있지만 유독 두 눈 주위가 새까만 자이언트판다를 연상시키기도 하죠. 실제로 안경곰은 판다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아요. 울음소리를 활발하게 내서 같은 무리와 소통하는 점이 우선 그렇고요. 많은 곰과 달리 겨울잠을 안 자는 점, 먹이 대부분이 식물이라는 점도 그렇죠.
다만 거의 대나무만 먹는 판다와 달리 안경곰이 먹는 식물은 300가지가 넘어요. 강력한 턱과 단단한 어금니로 나무껍질이나 뿌리 등 단단한 부분까지 잘근잘근 씹어 먹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먹죠. 나무 위에서는 부러진 가지 등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어놓고 나무 열매가 제대로 익어갈 때까지 며칠씩 기다리기도 한대요.
안경곰은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의 동화책 속 인기 만점 곰 캐릭터 '패딩턴'의 실제 모델이기도 해요. 1958년에 처음 나온 동화책에서 패딩턴은 '어둠의 페루(Darkest Peru)'라는 곳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그려지는데요. 페루에 사는 곰이라곤 안경곰뿐이거든요. 이처럼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동화 속 패딩턴과 달리 실제 안경곰은 여러 가지로 수난을 겪으면서 멸종 위기종이 됐어요.
우선 농지 개간 등으로 서식지가 빠르게 줄어들었어요. 안경곰은 1825년 칠레에서 서양 탐험가들에게 처음 발견됐는데, 이제 칠레에선 서식지가 파괴돼 더는 이 곰을 볼 수 없대요. 굶주린 안경곰이 옥수수 등 농작물을 먹거나 가축 우리를 습격하는 일이 일어나자 일부 주민이 곰 사냥에 나서는 일이 늘어났거든요. 값비싼 한약재로 알려진 쓸개 등 장기와 고기를 노린 밀렵꾼들에게 안경곰이 목숨을 잃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