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영화 6편과 함께한 폴란드 여행… 고독 속 인간의 따스함 느꼈어요
입력 : 2023.01.30 03:30
그 겨울, 바르샤바
6편의 폴란드 영화와 함께한 60일간의 폴란드 여행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나라 폴란드와 그 수도 바르샤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폴란드'라는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어렴풋하게 비극의 이미지가 떠오르죠?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그런 이미지가 짙어졌어요. 우크라이나에 인접해 있는 폴란드까지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지기도 했거든요.
이 책의 저자 역시 폴란드에 드리워진 비극의 이미지가 사실이라고 말해요. 저자는 12월에서 2월까지 두 달 동안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겨울을 보냈어요. 얼어붙을 듯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와 눈 쌓인 바닥, 빛을 가린 무거운 구름을 오래도록 겪은 뒤 마지막에 아주 잠깐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시기였죠. 그게 고된 역사의 진통을 겪고 이제 막 기운을 차리기 시작한 폴란드 근현대사의 생김새와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았다고 해요.
책을 읽다 보면 고통스레 움츠렸다 깨어나는 그 변화를 아련하게 느낄 수 있어요. 폴란드의 비극과 갈등, 외로움과 사랑, 그리고 이 지역의 차가운 겨울 공기가 아로새겨져 있거든요.
저자는 바르샤바에 대해 "고독과 애처로운 마음, 그 안에서 끝내 발현하는 인간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색다른 매력의 도시"라고 표현해요. 그리고 이런 폴란드의 정서를 담뿍 담은 영화들인 '포피에라비 마을의 영화관의 역사' '이다' '안나와의 나흘 밤' '옷장에서 나온 소녀' 등을 소개해요.
이 중 '이다'는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고아로 아기 때 수녀원에 들어와 성인이 된 이다는 종신서원(세속을 떠나 신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는 서약식)을 앞두고 있어요. 그러다 세상에 하나 남아 있다는 혈육, 자신의 이모를 만나게 되죠. 이다는 이모에게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과 어머니는 전쟁 때 죽었고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어요. 수녀가 되려고 했던 자신이 실은 유대교 신자, '유대인'이었다는 데 놀란 이다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껴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죠. 이다는 이모와 함께 어머니의 시신을 찾으러 떠납니다. 영화는 눈으로 덮인 과거, 그리고 역사를 향해 용기 있게 달려가는 두 여자를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올겨울엔 이렇게 폴란드의 영화를 보고 역사를 배우며, 낯설지만 아름다운 나라 폴란드로 책 속 여행을 떠나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