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꽃가루받이하고, 건강한 땅 만들어 채소와 과일 잘 자라도록 도와줘요
입력 : 2023.01.19 03:30
꿀벌과 지렁이는 대단해
붕붕 꽃밭 위를 날아다니는 꿀벌과 꿈틀꿈틀 흙 속을 기어다니는 지렁이. 둘은 생긴 것도, 하는 일도 다르지요. 꿀벌은 꿀을 모으러 다니지만, 지렁이는 땅속에서 뭔가를 만들어요. 하지만 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해요. 우리가 먹는 것의 거의 절반은 이 두 작은 생물이 생명을 준 것들이죠. 수많은 채소와 과일들 말이에요. 사과도 그래요. 빨갛고 예쁜 사과는 꿀벌이 꽃가루받이(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는 것)를 해준 덕분에 생명을 얻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한편 사과나무 아래 땅속엔 지렁이가 있어요. 이들이 썩은 잎과 죽은 곤충을 먹고 배설한 변으로 건강한 땅이 만들어져요. 바로 이 비옥한 땅에서 동물과 인간을 먹여 살리는 온갖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꿀벌과 지렁이는 서로 만나 함께 놀지는 않지만, 각자의 방법을 통해 수많은 식물이 살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었네요.
이 책은 구성과 편집이 흥미로워요. 책장을 펼치면 하나의 화면에 그림이 땅 위와 땅 아래로 나뉘어 있어요. 그림 속 땅 위의 부분에선 꿀벌에 관한 다양한 설명이 펼쳐지고, 땅 아래 흙 속에는 지렁이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요. 본문의 모든 페이지가 위와 아래, 절반씩 화면으로 분할돼 각각 벌과 지렁이를 소개하고 있어요.
페이지를 넘기면 '이렇게 번식해요' '이렇게 먹어요' '봄이 왔어요' '겨울이 왔어요' 등 다양한 주제가 펼쳐지며 땅 위와 아래에서 살아가는 두 주인공을 하나하나 비교해요. '이렇게 지켜요'라는 주제를 볼까요? 꿀벌 쪽에는 '무리를 위한 희생', 지렁이 쪽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기'라는 작은 제목이 적혀 있네요. 그 밑으로 자세한 설명이 나와요. 꿀벌은 독침으로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이것을 한번 쏘면 죽게 되죠. "꿀벌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무리가 살아남고, 알 뭉치와 모아 놓은 꿀을 지키는 일이랍니다. 그래서 위험이 닥치면 꿀벌은 망설이지 않고 독침을 쏘지요!"
이제 그림의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여기서는 지렁이의 생존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지렁이는 위험이 닥쳤을 때 적을 공격할 무기가 전혀 없어요. 그러니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깜깜한 밤에만 밖으로 나오고, 위험을 느끼는 순간 땅속으로 도망치는 거랍니다."
하지만 지렁이는 의외의 능력자예요. 책에서 소개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1제곱미터당 지렁이 2만5000마리가 폐수를 머금은 흙을 먹어 치우면 단 15분 만에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하죠. 이렇게 이 책은 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거대한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이며, 존재해야 할 분명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