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기후 위기로부터 사과 농장 지키려 모든 환경서 살아남는 품종 개발해
입력 : 2023.01.12 03:30
오로라 2-241
"날씨를 사고팝니다. 누구나 행복한 토르 월드로 오세요!"
이런 흥미진진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한수영 작가의 신작 SF(공상과학소설)입니다. 날씨를 사고파는 미래 사회. 기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엄청난 부와 권력을 보유하게 된 기업 토르. 선택받은 극소수 지구인은 30여 년 전부터 망가진 지구를 떠나 토르 월드라는 곳으로 이주했어요. 주인공 버드와 가족들은 바로 이곳에 살고 있어요. 이제 곧 버드는 사관학교로 가야 해요. 입학한 토르 사관학교에서 사냥 기술을 배우고 나중에 토르 직원이 되면, 가족 모두 계속 안전하고 편안한 토르 월드에서의 삶을 보장받거든요. 버드는 입학 하루 전날 부모님 몰래 자축 여행을 계획해요. 비행 슈트를 입고 잠시 지구까지 다녀오기로 했죠. 그런데 그만, 강한 기류에 휘말리면서 엉뚱한 시간대에 불시착해요. 버드는 2023년도의 단비네 사과밭에 떨어져요.
70년의 세월을 거슬러 과거의 지구에 도착한 버드의 눈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 놀라워요. 사과라는 과일을 보는 것조차 처음이에요. 게다가 날씨를 조작하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니요. 버드로선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네요. 불시착 과정에서 비행 슈트의 추진 단추를 잃어버린 버드는 어쩔 수 없이 사과 농장에 머물러야만 했어요.
버드는 미래에서 왔으니 언젠가는 극지방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리고 지구에서 사과가 멸종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안타까운 버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모두 말해줘요. 하지만 어른들은 버드의 말을 믿지 않죠.
사실 단비는 버드의 말이 진실일 것이라 믿고 있어요. 믿으면서도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버드의 말이 거짓이기를 바라는 것뿐이에요.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은 단비네 농장과 같은 단란한 공동체가 더 이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이런 복잡한 마음들이 오가는 가운데 버드는 사과밭에서 고된 노동을 경험하기도 하고, 단비와 의견 차이로 다투기도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죠. 어렵게 키운 사과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둘은 서서히 친해집니다.
단비네 농장에서 241일 동안 머무르다가 토르 월드로 돌아온 버드는 이제 과거가 된 단비의 이야기를 들어요. 자신이 미래로 돌아오고 난 이후 단비가 어떤 사람이 되었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았는지 알아낸 거예요. '오로라 2-241'이라는 이름의 지구 최후의 사과 품종이 있었는데, 그 사과를 키워낸 전설적인 농부가 바로 단비였던 거죠. 괴물처럼 사납고 위험해진 기후에서도 살아남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 단비가 평생을 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버드는 다시 지구로 향해요. 단비네 농장에서 가져왔던 사과 씨앗을 손에 쥐고요. 이 책은 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지금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청소년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