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최선의 복수는 敵처럼 되지 않는 것" 로마 황제가 성찰하며 쓴 일기예요
명상록
- ▲ R. 그레이브스가 영어로 번역한 1811년판 ‘명상록’의 첫 페이지. /위키피디아
"이러저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그 본성상 필연적으로 이러저러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무화과나무에 즙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간단히 말해 너도 그도 곧 죽게 될 것이며 잠시 뒤에는 너희의 이름조차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명심하라."
'명상록'은 2세기 후반 로마제국을 전성기로 이끈 제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가 쓴 책이에요. 그는 철학자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哲人)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어요. 철인정치란 이상적인 국가 건설을 위해 진리와 선을 아는 철학자들이 정치하는 걸 말하죠. 이 책에서 황제는 정무를 볼 때나 전쟁에 나갔을 때 자신이 겪은 일을 일기이자 철학적 성찰로 풀어내고 있어요. 보통 '명상록'이라고 부르지만, 일기의 필사본에는 그리스어로 '자기 자신에게(ta eis heauton)'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고 해요. 일기의 본래 목적이 그렇듯,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쓴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경계하려고 쓴 것이죠. 그래서인지 황제의 역할이나 정치에 관한 언급은 일절 나오지 않아요. 자기의 결함을 이겨내기 위한 금욕과 절제, 자연과 일치된 삶 등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에요. 이런 그의 지향이 스토아학파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후대 사람들은 평가하고 있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일상의 삶에서 철학의 덕목을 건져 올렸어요. 대표적인 대목은 "어머니 덕분에 경건과 선심(善心)과, 나쁜 짓·나쁜 생각을 삼가는 마음과, 검소한 생활 방식을 갖게 되었다"는 고백이에요. 그런가 하면 "주변 사람들이 비록 악하다 해도 화를 내거나 미워할 수 없다"는 글도 눈에 띄어요. "내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나와 피가 같고 출신이 같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과 신성(神性)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 동족이라는 것을 아는 까닭에 그들 누구에게서도 해를 입을 수 없다"는 거예요. 뒤이어 철학적 성찰을 거듭하며 "아무도 나를 추악한 일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 자신감도 내비치죠.
하루하루 지나치게 바쁜 삶을 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도 있어요.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게 되면 여가는 늘고 마음의 동요는 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지금 이것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자문(自問)해 보아야 한다." 남과 다른 삶, 특히 내게 고통을 주는 사람을 대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기도 해요. "복수하는 최선의 방법은 네 적(敵)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명상록'의 가르침이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일률적인 가르침을 우리 삶에서 성실히 실천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본으로 돌아가라" "초심을 지켜라" 같은 말은 그저 수사(修辭)가 아니라 우리 삶을 세우는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명상록'은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