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걸리버 여행기' 책 속의 삽화 이 작가 손에서 나왔대요

입력 : 2023.01.05 03:30

아서 래컴, 동화를 그리다

[재밌다, 이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걸리버 여행기' 책 속의 삽화 이 작가 손에서 나왔대요
제임스 해밀턴 지음|아서 래컴 그림|정은지 옮김|출판사 꽃피는책|가격 3만2000원

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다양한 존재가 등장해요. 엘프들은 아름다운 반면, 오크는 징그럽고 무섭게 생겼어요. 원래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절대반지에 대한 집착 때문에 더럽고 흉측하게 변한 골룸도 나오죠. 이 판타지 영화엔 우리가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상한 생명체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존재들은 원작자인 J. R. R. 톨킨이 소설 '반지의 제왕'을 펴내기 훨씬 전부터 있었어요. 영문학자들은 톨킨이 '아서 래컴'이라는 사람의 삽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봅니다. 연결점이 여럿 있거든요.

최근 출간된 '아서 래컴, 동화를 그리다'는 20세기 최고의 책 삽화가로 손꼽히는 래컴의 생애와 작품을 담고 있는 책이에요. 영국 출신의 미술 큐레이터이자 아서 래컴 전문가인 제임스 해밀턴이 썼어요. 1990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가장 권위 있는 아서 래컴 연구서라고 할 수 있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을 서양에서는 '어린이 책의 황금기'라고 해요. 인구가 증가하고 교육이 대중화되면서 문맹률이 떨어졌거든요. 다시 말해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린이'라는 새로운 독자층이 생긴 거예요. 이전까지 어린이를 위한 책은 대부분 교훈을 주기 위한 딱딱한 교육서였는데요. 마침 종이 가격과 인쇄비도 내려가면서 출판사들은 교훈보다 재미를 주기 위한 어린이 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죠. 어린이 문학이 독립 장르로 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에요.

요즘 어린이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바로 이 시대를 연 작품이랍니다. 이 명작 동화는 삽화가 래컴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에요. 100년이 넘은 지금도 '아서 래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죠. 래컴이 처음부터 화가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18세의 그는 보험회사의 하급 사무원이었어요.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포기하지 않았죠. 회사에 근무하면서 예술학교에 진학해 틈틈이 공부했어요. 8년의 노력 끝에 그는 신문사로 자리를 옮겨 기자이자 삽화가로 일하게 됩니다.

그림책 삽화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그로부터 6년이 더 지난 1900년이에요. 33세가 되던 해죠. 이때 맡은 건 '그림 형제 동화집'의 삽화였어요. 이 책의 성공으로 전문 삽화가로 입지를 굳히게 되죠. 5년 후엔 그림책 '립 밴 윙클'의 삽화로 최고의 삽화가 반열에 오릅니다. 이후 래컴은 '걸리버 여행기' '니벨룽의 반지' '한여름 밤의 꿈'을 포함해 90여 편의 그림책에 삽화를 그렸어요.

고목이 말을 하고, 요정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앨리스와 피터 팬이 활약하는 모습…. 요정과 마녀, 괴물과 용, 나무 인간 등 때론 한없이 아름답고 때론 무섭고 기괴한 래컴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환상의 세계'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를 창조한 작가. 아서 래컴이 품었던 상상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 책은 우리에게 그곳을 향해 탐험을 떠나보라고 권합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