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쥐처럼 작은 몸과 둥근 귀… 천적 가까이 오면 울음소리 낸대요

입력 : 2023.01.04 03:30

우는토끼

쥐와 비슷하게 생긴 ‘우는토끼’. /위키피디아
쥐와 비슷하게 생긴 ‘우는토끼’. /위키피디아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토끼띠해죠. '토끼' 하면 기다란 귀와 튼튼한 발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토끼와 전혀 다른 생김새를 한 토끼가 있답니다. 바로 '우는토끼(pika)'예요. 아담한 몸집과 둥그스름한 귀, 짧은 발 때문에 쥐나 햄스터·기니피그와 비슷해 보이지만 토끼의 한 종류랍니다.

쥐와 비슷하다고 해서 쥐토끼·새앙토끼·생토끼라고도 불려요. 다 자란 몸길이는 11~19㎝로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멧토끼(일명 산토끼)의 절반 정도밖에 안 돼요. 토끼 특유의 기다란 귀 대신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둥그스름한 귀가 있죠. 엉덩이 끝의 꼬리는 아주 짧아서 보일락말락 해요. 여름철에는 털이 갈색이 됐다가 겨울철에는 회색빛으로 바뀝니다.

우는토끼는 한반도 북부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 북미 서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주로 무리를 이뤄 사는데요. 거친 바위를 능숙하게 옮겨다닐 수 있도록 푹신한 발바닥을 갖고 있죠. 다른 토끼들에 비해 다리가 짧아서 잽싸게 달리거나 깡충깡충 뛰지는 못해요.

보통 토끼는 일상생활에서 좀처럼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요. 그런데 우는토끼는 이름처럼 활발한 울음소리를 낸답니다. 천적을 발견하고 경계할 때, 다른 무리와 소통할 때 특히 그렇죠. 수컷이 암컷을 유혹할 때는 호루라기를 부는 듯한 소리가 난답니다. 이렇게 여느 토끼들과 다른 생김새와 습성을 갖고 있지만, 확실한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토끼만의 아주 특이한 배변 습관이죠.

토끼는 대변을 두 번 보는데, 찐득찐득 물기가 가득한 첫 번째 똥은 누자마자 바로 먹어버려요. 그다음에 둥글둥글하고 굳어 있는 두 번째 똥을 누는 거죠. 첫 번째 똥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 중요한 영양소가 있는데, 이걸 먹지 않으면 자칫 죽을 수도 있대요.

토끼의 조상은 지금부터 7000만년 전쯤 지구상에 나타났다고 해요. 이 중 3600만년 전쯤 갈라져 나온 게 우는토끼예요. 바위틈이나 동굴 생활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화한 종이죠. 반면 산과 들에 살기 적합하도록 기다란 귀와 튼튼한 발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한 게 멧토끼 무리입니다.

우는토끼에게는 다른 토끼들에게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습관이 또 있는데요. 먹잇감을 저장해두는 버릇이에요. 주식인 풀줄기나 나뭇가지 중 영양소가 높은 것들을 바위틈 보금자리로 슬쩍 가져다 놓습니다. 이걸 잘 말려뒀다가 겨우내 양식으로 활용하죠. 이런 식량 저장 습관은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웠던 빙하기 시대를 견뎌내면서 갖게 된 습성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우는토끼 암컷의 임신 기간은 30일 정도예요. 한배에 2~6마리의 새끼를 낳죠. 1년에 두 번 임신·출산이 가능합니다. 새끼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지나면 독립해 자기 보금자리를 마련한대요. 우는토끼를 포함해 거의 모든 토끼가 1년에 두 번 이상 번식을 하고, 한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늑대·여우·족제비·매 등 곳곳에 천적이 도사리고 있고, 실제로 많이 잡아먹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새끼를 낳아서 대를 이어가려는 전략인 거죠.



도움말=윤광배 박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