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사람처럼 표현한 오즈월드·벅스 버니… 두 점과 X로 얼굴 그려낸 미피도 있죠

입력 : 2023.01.03 03:30

세계의 토끼 디자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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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에요.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해서 '검은 토끼의 해'라 한답니다. 예로부터 영리하고 풍요를 상징하던 토끼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동물인데요. 토끼를 의인화해서 만든 캐릭터 또한 예외는 아니랍니다.

먼저 미국에 오즈월드 더 러키 래빗(Oswald the Lucky Rabbit)이 있습니다. 생년월일은 1927년 9월 5일. 올해로 벌써 90세가 넘었답니다. 월트 디즈니가 만든 최초 캐릭터 중 하나예요. 오즈월드는 당시 애니메이션 사업에 진출하고 싶던 유니버설 픽처스가 월트 디즈니에 애니메이션 외주를 맡기면서 탄생했어요. 당시 초창기 애니메이션 중 펠릭스 더 캣(Felix the Cat)이 성공하면서 고양이 캐릭터가 사랑을 받자 차별점을 주기 위해 토끼를 의인화했죠. 오즈월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저작권이 유니버설 픽처스에 있었고, 디즈니는 이후 하청 일을 그만두고 독자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오즈월드의 성격과 모습을 뼈대 삼아 디즈니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유명한 미키 마우스랍니다.

토끼를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 가장 유명한 친구는 벅스 버니(Bugs Bunny·왼쪽 사진)예요. 미국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 툰에 등장하는 벅스 버니는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의 마스코트로 불리죠. 1938년 탄생해 긴 세월 동안 미키 마우스와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캐릭터입니다. 벅스 버니는 낙천적인 성격과 영리한 머리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는 눈치 빠른 회색 토끼예요.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당근을 아삭아삭 씹어먹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벅스 버니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토끼가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당근'이란 생각을 가지게 됐답니다.

애니메이션 말고 그림책으로 유명해진 토끼 캐릭터도 있어요. 네덜란드 그림책 작가 딕 브루나가 쓴 아동 그림책 시리즈의 주인공, 미피(Miffy·오른쪽 사진)입니다. 1955년 탄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름은 네인티어 플라위스(Nijntje Pluis)였어요. 네덜란드어로 솜사탕처럼 뭉실뭉실한 작은 토끼를 뜻하는데요. 발음이 어려워서 네덜란드 밖에서 부르는 명칭을 간단하게 미피로 통일했죠. 이후 미피란 이름이 명성을 얻자 본명처럼 불리게 됐어요. 미피는 토끼를 평면적으로 표현한 점이 특징이에요. 타원형으로 볼록 솟은 두 귀와 찹쌀떡처럼 둥그런 얼굴에는 두 개의 작은 점과 X만 존재하죠. 점은 두 눈을 표현했고, X는 토끼의 코와 입을 합쳐 단순화한 결과랍니다. 최소한의 선과 면으로 구성한 미피 모습은 수십년간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토끼 캐릭터가 있어요. 카카오프렌즈 무지는 카카오톡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몸통에 노란색을 썼어요.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강조했고 장난기 넘치고 순진한 아이 분위기를 지니죠. 그런데 사실 무지는 토끼가 아니에요.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랍니다. 라인프렌즈에서는 주인공 브라운 여자 친구로 나오는 토끼인 '코니'가 해맑은 표정 덕분에 인기가 많아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