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추운 겨울 습도 높고 안개 끼면 나무에 얼음꽃 볼 수 있어요
입력 : 2022.12.29 03:30
상고대
- ▲ 독일 프라이부르크 지역 한 숲의 커다란 나무에 상고대가 생긴 모습.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건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실제 자연에서도 나무에 눈이나 얼음이 덮여 예쁜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는데요. 눈이 나무에 쌓여 꽃처럼 되면 설화(雪花)라고 부르고, 나무에 얼음이 얼어붙어 꽃처럼 피면 상고대라고 합니다. 눈꽃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상고대는 보기가 어렵지요.
상고대는 어떻게 생길까요? 두 가지 원인으로 만들어집니다. 우선, 호숫가나 높은 산의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밤새 내린 서리가 나무에 하얗게 얼어붙어 얼음꽃이 피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상고대를 '나무서리(樹霜)'라고 부릅니다. 이때 만들어진 얼음꽃은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면 바로 사라집니다. 또, '과냉각 물방울'이 나무를 만나 부딪치는 순간 얼어붙어 얼음꽃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나무얼음(樹氷)'이라고 부릅니다. 물은 영하로 내려가면 얼음으로 변하는데,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물방울을 과냉각 물방울이라고 하지요.
그럼 어떤 날씨가 상고대를 만들어낼까요? 나무서리는 겨울철 영하의 기온에, 습도가 높고, 안개가 끼는 날에 잘 만들어지고요. 나무얼음은 영하 2도에서 영하 8도 사이 기온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생기는데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과냉각 물방울이 얼음꽃을 만들지요. 나무얼음 꽃이 피어 있는데 눈이 내리거나 추위가 이어지면 바람결을 따라 뾰족하게 얼음꽃이 자라기도 한답니다.
나무서리는 댐 주변에서 만나기가 쉬운데요. 추운 겨울 아침에 습기가 많은 댐 주변에는 환상적인 상고대가 만들어지지요. 춘천의 소양 3교와 소양 5교는 상고대를 찍는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랍니다. 나무얼음은 주로 높은 산의 나무에서 만들어지는데요. 상고대가 유명한 산으로 소백산과 덕유산이 있는데, 덕유산은 바람에 날린 과냉각 물방울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하얀 산호 같은 상고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상고대를 보기 어려운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해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요. 기상청 예측에 따르면 우리가 탄소를 줄이지 못한다면 이번 세기 말에는 한반도 평균기온이 7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하네요. 겨울이 사라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춘천댐이나 덕유산의 환상적인 얼음꽃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고 사진에서만 상고대를 만나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