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길에서 얼어 죽을 뻔한 사내 살린 부부… 가난하지만 사랑 실천하며 살았어요

입력 : 2022.12.27 03:3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쓴 작가 레프 톨스토이. /위키피디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쓴 작가 레프 톨스토이. /위키피디아
내가 인간의 몸을 하고 있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지나가던 남자와 그 아내가 나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1881년 발표된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탄탄한 구성과 단순하고 진실한 내용, 완벽한 언어와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단편소설이에요.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장편소설로 지금까지도 위대한 작가, 대문호라는 별칭으로 불리지요. 후대 평론가들은 그 저력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중단편 작품에서 나왔다고 말합니다. 이 작품 역시 짧지만 만만치 않은 문학성과 사상을 담고 있다는 의미죠.

가난한 구두장이 세묜은 아내와 함께 입을 털외투를 만들 양가죽을 구하려고 마을에 나갔어요. 한 농부에게서 밀린 장화 수선비를 받으면 양가죽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농부는 돈이 없다며 푼돈만 쥐여줬죠. 풀이 죽은 세묜은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길모퉁이 작은 예배당을 지나다가,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한 사내를 발견해요. 못 본 척 지나쳤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낀 구두장이는 그 자리로 돌아옵니다. 자신의 낡은 옷을 입히고 장화까지 신겨서 집으로 데려오죠. 아내 마트료나는 며칠 동안 먹을 빵 걱정을 하며 남편을 기다리는데, 남편이 낯선 사내를 앞세워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요. 털외투를 만들 양가죽은 못 구하고, 술이나 먹고 들어온 남편에게 화가 치밀었어요. 심지어 자기 식구들 먹을 음식도 모자라는데, 남편은 손님 접대할 음식을 차리라며 타박까지 합니다. 하지만 마트료나는 소박한 음식을 차려내 낯선 손님을 대접해요.

청년의 이름은 미하일이었어요. 미하일은 6년 동안 세묜과 마트료나 가족과 함께 살며 구두를 만들어요. 숙련된 일꾼이 된 미하일이 떠날까 봐 세묜이 걱정할 정도였어요. 사실 미하일은 천사였어요. "한 여자의 영혼을 거두어오라"는 신의 명령을 어긴 죄로 벌을 받아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던 거예요. 신은 세상에 내려가 사람들이 어떤 모양,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미하일에게 살펴보라고 했어요. 미하일이 영혼을 거둔 여자의 쌍둥이 딸들은 이웃의 친절과 사랑으로 잘 자랐어요. 미하일도 한겨울 추위에 얼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세묜과 마트료나의 호의와 사랑 때문에 살아남아, 신의 뜻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요? 돈이 모든 것보다 앞서는 세상에서,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연말연시,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우리 이웃에게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