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주변 바다 산소 함량 높아… 해양 생물 4분의 1 살아요

입력 : 2022.12.20 03:30

산호초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태평양의 섬나라인 마셜제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예요. 마셜제도는 호주와 하와이 사이에 있는 30여 개의 환초(環礁·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산호초)로 구성된 국가인데요. 평균 고도가 해발 2m에 불과해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 바닷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어요. 이 섬이 미래에도 계속 존재하려면 건강한 산호초가 필수적이라는데요. 환초와 산호초가 무엇이고, 바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볼게요.

환초 형성의 3단계 과정

산호초는 섬과 산호초의 위치 관계에 따라 거초(裾礁)·보초(堡礁)·환초로 나뉘어요. 이 분류법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1842년 정한 거예요. 당시 다윈은 배를 타고 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를 돌아 인도네시아 남서쪽 코코스 제도를 탐험했는데, 다양한 열대 지역에서 수많은 환초를 관찰하며 산호초의 생성 과정을 추론해냈어요. 이 가설은 훗날 정설로 받아들여졌어요.

다윈에 따르면 환초는 3단계 과정을 거쳐 형성됐어요. 첫째, 화산이 폭발해 해수면 위로 섬이 솟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수심이 얕은 섬 가장자리에 산호초가 만들어져요. 섬을 둘러싼 이 암초를 거초라고 해요. 거초는 산호초의 가장 초기 형태예요.

둘째, 거초가 점점 크게 자라면서 보초로 바뀌어요. 보초는 산호초의 중기 형태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섬과 산호초가 떨어진 모습이에요. 보초는 연안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암초라는 뜻인데요. 보초가 육지를 에워싸고 넓게 퍼져 있어서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나 폭풍 해일로부터 해안을 보호해줘요.

셋째,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침식이나 해수면 상승 등의 원인으로 섬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산호초만 남게 돼요. 섬 없이 산호초만 둘레에 남아 고리 모양을 이루는 이것이 바로 환초예요. 산호초의 최종 형태이지요.

석회석 내뿜어 딱딱한 외골격 만들어

산호는 말미잘이나 해파리처럼 자포(刺胞) 동물이에요. 몸 가운데 입과 항문 역할을 하는 구멍이 있고, 그 주변에 촉수가 빙 둘려 있죠. 촉수 끝에는 독을 쏘는 세포 기관이 있는데, 이게 자포예요. 자포는 먹이를 잡거나 자신을 방어할 때 쓰여요.

산호초는 산호에서 분비되는 탄산칼슘(석회석)이 축적돼 만들어진 암초예요. 세계적으로 산호초를 만드는 산호는 약 500종이나 돼요. 석회질 덩어리인 산호초에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고, 구멍 속에는 말미잘처럼 생긴 '폴립(polyp)'이 들어 있어요. 이 폴립 한 개체가 산호예요. 그러니까 폴립이 산호인 셈이에요. 이 개체가 군체를 이루고 이 군체가 수천 수만개 모인 게 산호초예요.

산호는 바닷물에 용해된 탄산염과 칼슘을 탄산칼슘으로 바꿔요. 그리고 탄산칼슘을 내뿜어 자신의 딱딱한 외골격을 만들지요. 이 탄산칼슘 구조물이 오랫동안 겹겹이 쌓이면 거대한 산호초를 이루게 돼요.

산호는 갈충조라는 단세포 조류(藻類)와 공생해요. 산호의 몸속 1㎤당 0.01㎜ 크기의 갈충조 100만~200만마리가 살고 있어요. 갈충조는 산호로부터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받는 대신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산호에 공급해줘요. 이 힘으로 산호는 탄산염을 탄산칼슘으로 바꿀 수 있어요. 산호가 화려한 색깔을 띠는 것도 갈충조가 가진 색소 때문이랍니다.

남·북위 30도 이내에서만 발견돼

산호초는 북위 30도, 남위 30도 이내 열대 해역에서만 볼 수 있어요. 산호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우선 산호초를 만드는 산호는 수온이 섭씨 23~29도로 유지되는 곳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18도보다 낮으면 산호가 살기 힘들어요.

산호는 민감한 생물이에요. 그래서 수온이 1~2도만 올라가도 공생 관계인 갈충조를 뿜어내 버려요. 갈충조가 빠져나가면 산호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산호는 빛을 잃어요. 하얀 뼈대가 보이는 백화현상이 일어나지요. 그럼 산호의 분비물이 모여 만들어진 산호초는 더 커질 수 없게 돼요. 물이 맑아 햇빛이 잘 들어오고 수심 50m 이내의 얕은 열대 바다라야 산호와 갈충조가 공생하며 갈충조가 광합성을 잘해 산호초가 번성할 수 있어요.

먹는 물고기 20~25%도 산호초 주변서 잡혀

산호초 주변은 황금어장이나 다름없어요. 세계 전체 바다에서 산호초가 자라고 있는 곳의 면적은 0.1%도 되지 않지만, 이 주변에서 해양 생물의 4분의 1이 살고 있거든요. 산호초 주변 바다는 다른 곳보다 산소 함량이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해요. 사람이 먹는 물고기의 20~25%도 산호초 부근에서 잡혀요. 그렇기에 산호초가 사라지면 수많은 생물이 없어지게 돼요.

산호는 또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일조해요. 탄산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들어 생성된 건데요. 산호가 탄산염을 흡수하기 때문이에요. 공생 관계인 갈충조도 활발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요. 실제 단위 면적당 갈충조들의 광합성 능력은 같은 면적의 열대 지방 밀림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산호초가 있는 109국 가운데 93개 나라는 이미 산호초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라고 해요. 훼손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연안 개발에 따른 토사나 오염물질 유입, 폭발물을 사용한 어로 활동 등으로 알려졌어요. 특히 마셜제도를 비롯해 태평양의 투발루, 나우루공화국, 팔라우, 인도양의 몰디브 등의 산호섬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바닷물에 잠길지도 모른대요. 대부분 해발 고도가 1~3m인 야트막한 섬나라들이거든요. 따라서 지금 바로 기후 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산호초 보존은 요원할지 모릅니다.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