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세로로 깊게 파여 갈라진 껍질이 특징… 망개떡과는 관계없대요

입력 : 2022.12.19 03:30

망개나무

망개나무의 껍질(위 사진)은 세로 방향으로 길게 파여 불규칙적으로 갈라진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아래 사진은 망개나무의 잎. /필자 제공
망개나무의 껍질(위 사진)은 세로 방향으로 길게 파여 불규칙적으로 갈라진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아래 사진은 망개나무의 잎. /필자 제공
겨울철 잎을 다 떨궜지만 독특한 나무껍질로 시선을 사로잡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망개나무인데요. 망개나무의 껍질은 세로 방향으로 길게 파여 불규칙적으로 갈라진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나무가 크게 자라면 자랄수록 껍질은 더욱 깊게 갈라지지요.

망개나무속(屬) 식물은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동남부의 온대와 열대 지역에 총 32종이 자랍니다. 그중 망개나무는 경사가 완만한 양지바른 능선에서 잘 자라지만, 흙이 거의 없는 계곡의 바위틈에서도 거뜬히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망개나무는 1935년 충북 보은군에 있는 법주사의 계곡에서 처음 발견됐어요. 최근에는 속리산·월악산·내연산 등 충북과 경북 지역의 산과 계곡 등지에서 큰 자생지가 발견됐고요. 특히 이 중에서도 충북 괴산 사담리(천연기념물 제266호)와 충북 제천 송계리(천연기념물 제337호) 등에 있는 망개나무는 국가에서 귀중한 식물 자원으로 지정해 보호하지요.

꽃이 많이 달리는 망개나무는 중요한 밀원식물(꿀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꽃은 5월 중순에 피는데, 연한 녹색이지요. 열매는 8월 중순이 되면 검은빛을 띤 빨간색으로 익는답니다. 특히 새들이 즐겨 먹지요. 망개나무는 흔히 맷대싸리라고도 부르는데요. 나무 재질의 결이 매우 곧고 단단하기 때문에 농기구를 만드는 재료로도 이용했답니다. 과거에는 농기구 중에서도 써레(갈아 놓은 논의 바닥을 고르는 데 쓰는 농기구)의 살을 만드는 유일한 재료로 사용됐다고 해요.

예부터 우리는 우량한 망개나무를 땔감 등의 용도로 많이 베어 썼어요. 그래서 최근엔 형질이 나쁜 나무만 남아 있어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요. 망개나무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양지바른 도로변의 비탈면 등에 심으면 좋아요. 16세기 중국 명나라 약학서인 '본초강목'에는 망개나무가 해독 작용 등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잎이 만성 염증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답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덩굴식물인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부르는데요. 둘은 다른 식물이랍니다. 청미래덩굴의 잎은 망개떡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이 때문에 망개떡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예요. 넓고 잎맥이 선명한 잎을 따서 소금에 절여 놓았다가 떡을 잎으로 감싸서 쪄내면 서로 달라붙지도, 잘 쉬지도 않는다고 해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장·영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