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새 학기 낯설고 적응 못해 두려웠지만 좋아하는 책 읽고 그림 그리며 이겨내

입력 : 2022.12.15 03:30
[재밌다, 이 책!] 새 학기 낯설고 적응 못해 두려웠지만 좋아하는 책 읽고 그림 그리며 이겨내

오소리의 시간

그로 달레 지음 | 공경희 옮김 | 카이아 달레 뉘후스 그림
출판사 길벗어린이 | 가격 1만8000원

이 책을 쓴 그로 달레는 노르웨이 출신 작가예요. 사람들이 말하기 어려워하거나 꺼리는 주제를 과감하게 다루는 작가로도 유명해요. 가정 폭력에 대한 내용을 다룬 '앵그리맨'으로는 2003년 노르웨이 문화부 선정 최고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지요.

'오소리의 시간'은 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이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주인공인 핌은 전형적인 '새 학기 증후군' 증상을 보여요. 새 학기 증후군이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을 느끼는 일종의 적응 장애를 일컫는 말이지요.

핌은 밝은 아이였어요. 풀밭을 뛰어다니고, 책을 읽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요. 핌은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요.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학교에 다녀온 뒤로 문제가 생겼어요. 아침마다 학교 갈 생각을 하면 배 속이 무거운 듯하고 온몸이 아파요.

하지만 엄마는 단호해요. "모든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해." 핌은 억지로 일어나 학교로 갑니다. 학교 안에서 핌은 아무에게도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에요. 핌은 책상 밑에 숨어 숨을 참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요. 마치 오소리처럼요.

아이들의 놀리는 듯한 시선에 핌은 오소리처럼 땅을 파고 깊이 들어가 혼자 있고 싶어요. 그러다 핌은 아무도 오지 않는 학교 뒤쪽에서 겨우 숨 쉴 수 있는 곳을 찾아내요. 핌에게 그곳은 오소리의 장소이고,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소리의 시간이 돼요.

"핌, 여기 있으면 안 된다!" 핌을 찾아낸 선생님이 소리쳤어요. "이리 나와라! 바보같이 굴지 말고!" 이제 학교 안에는 핌이 숨을 곳이 없네요. "오소리들이 없는 학교에서 오소리로 지내려니 너무 지쳐요"라고 핌은 생각해요. 집으로 돌아온 핌은 어둠을 찾아 침대 밑으로 들어가요.

그때 아빠가 다가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빠는 오늘 학교에서 핌이 느꼈던 기분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아빠도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에요. 학교를 싫어해도 괜찮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라고, 그리고 가끔은 학교가 재미있기도 할 거라고 아빠는 조언해줘요. 조금씩 연습을 하고 조금씩만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도 알려줘요.

아빠 말이 맞았어요. 이제 핌은 아이들로 학교가 떠들썩해지기 전에 등교해요. 그러곤 재미있는 그림 그리기에 집중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줄도 모르죠. 이후에도 이따금 두려움이 찾아왔지만 이젠 대처하는 요령이 생겼어요. 도서관으로 가면 되거든요. 핌은 그곳이 학교에서 오소리 굴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새 학년을 앞둔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부담을 느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늘어나는 학업량도 큰 부담이거든요. 이 책은 적응이 느리고 힘든 아이들에게 위로와 함께 구체적인 도움도 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