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가난한 이웃과 사랑·온정 나누는 날… 진정한 크리스마스 의미 알려줘요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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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캐럴’ 초판. /위키피디아
"내 마음 같아서는 그냥,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떠들고 다니는 놈들은 푸딩과 함께 푹푹 끓인 다음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가슴을 푹 찔러 파묻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싸지!"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이런 험악한 말을 늘어놓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이 사람은 바로 책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구두쇠 에비니저 스크루지예요.
찰스 디킨스(1812~1870)가 1843년 출간한 '크리스마스 캐럴'은 연말이 되면 연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각색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가난한 이웃과 사랑과 온정을 나누어야 한다'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이 소설처럼 잘 보여주는 작품은 아마 없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캐럴' 출간 이후에도 찰스 디킨스는 사람들에게 "친절과 관용을 베푸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리고자 여러 단편을 출간하기도 했어요.
동업을 하던 제이컵 말리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서 상점을 운영하는 스크루지는 지독한 구두쇠였어요. 그 어떤 사람에게도 온정을 베푸는 일이 없었고, 모두가 기뻐하는 크리스마스는 끔찍하게 싫어했어요.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스크루지 앞에,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에 친구인 말리의 유령이 나타났어요.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있는, 눈 뜨고 보기가 처참한 몰골로 말이죠. 말리는 스크루지에게 곧 크리스마스 유령이 찾아올 거라면서 지금이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라고 충고하고 떠나요.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자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찾아오고 그는 스크루지에게 과거의 모습을 보여줘요. 과거로 돌아간 스크루지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요. 누군가를 도우려 했던 어린 시절의 스크루지,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순수했던 청년 스크루지를 만났기 때문이죠. 이윽고 나타난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은 세상 곳곳에서 흥겹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줘요. 심지어 스크루지의 상점에서 형편없는 급료를 받고 일하는 점원 밥은 가족들과의 소박한 식사 자리에서 "이 진수성찬이 가능하게 해준 우리 스크루지 사장님을 위해 건배"라고 제안해요. 현재에 이어 나타난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보여준 모습은 살벌했어요. 스크루지 자신이 죽었는데, 누구 한 사람 슬퍼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좀 더 무거운 천벌이 내려졌어야 하는 건데"라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들려왔어요.
눈을 떠 보니 꿈이었습니다. 이후 스크루지는 달라졌어요. 밥에게는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칠면조를, 문전박대하곤 했던 자선사업가에게는 큰돈을 보내기도 했지요. 우리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온정과 친절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