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잎과 줄기에서 향기 나… 나무껍질로는 계피 만들어요

입력 : 2022.12.12 03:30

생달나무와 녹나무

생달나무(왼쪽)는 나무껍질이 밝은 회색이지만 녹나무의 나무껍질은 어두운 갈색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
생달나무(왼쪽)는 나무껍질이 밝은 회색이지만 녹나무의 나무껍질은 어두운 갈색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남부 해안 지방은 따뜻한 기후 덕분에 다양한 늘푸른넓은잎나무(사철 내내 잎이 푸른 활엽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우리가 겨울철 따뜻한 차로 자주 접하는 향신료인 계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무 두 종이 있는데요. 바로 생달나무와 녹나무입니다.

생달나무와 녹나무는 비슷하게 생겼어요. 두 나무 모두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나는 두꺼운 계란형의 잎을 가지고 있고, 잎자루(잎을 줄기 등에 붙게 하는 꼭지 부분)에서 이어진 잎맥이 1~1.5㎝ 정도 뻗어나간 후 세 갈래로 갈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는데요. 생달나무는 나무껍질이 밝은 회색이며 매끈한 편이지만, 녹나무의 나무껍질은 어두운 갈색이며 깊게 갈라진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 녹나무는 잎 뒤에 작은 털이 나 있지만, 생달나무는 잎 뒷면이 매끈해요.

두 나무는 모두 녹나무속(屬)에 속하는데요. 녹나무속은 라틴어로 'Cinnamomum'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서양에서 시나몬(cinnamon)이라고 불리는 계피가 나오는 나무라는 의미입니다. 지구상에 수백 종이나 있는 녹나무속 식물들은 향기가 나는 잎과 줄기, 나무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10여 종으로 계피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계피란 이 식물들의 나무껍질을 말리고 가공한 향신료이지요.

녹나무의 잎과 줄기, 껍질에는 유기화합물인 캄포(장뇌)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과거부터 이 성분을 추출해 약용이나 부패를 방지하는 보존제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녹나무는 불상이나 관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지요. 또 물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배 등을 만들기도 했고, 현재는 항균 효과가 있는 목재 도마의 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생달나무와 녹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신이 지내는 사당을 지키는 나무로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이웃집 토토로'에서 주인공 메이가 토토로를 만나는 장소도 마을의 오래된 녹나무 숲입니다.



김한규 위스콘신대 박사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