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좌절 딛고 일어난 25명 화가의 명화들… 르누아르는 손가락 뒤틀려도 붓 쥐어

입력 : 2022.12.12 03:30

위로의 미술관

[재밌다, 이 책!] 좌절 딛고 일어난 25명 화가의 명화들… 르누아르는 손가락 뒤틀려도 붓 쥐어
진병관 지음|출판사 빅피시|가격 1만8800원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가 위로의 관점에서 화가와 작품들을 큐레이션(curation·정보를 선별하고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일)한 책이에요. 좌절을 겪었기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25명 화가와 작품에 대해 들려줘요.

첫 번째 주제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이에요. 늦은 나이라고 여겨지던 때에 두려움 없이 도전했으며 다른 사람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았던 화가들 작품을 볼 수 있어요. 두 번째와 세 번째 주제는 각각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과 '외로운 날의 그림들'입니다.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같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 작품을 소개해요.

그중 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고통과 그림에 대한 열정이 인상적입니다. 르누아르는 40세 때 자전거에서 떨어져 오른팔이 부러져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야 했어요. 그의 나이 50세 때 더 큰 시련이 닥칩니다. 뼈나 관절이 단단하게 굳거나 통증이 생기는 병인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게 된 거예요. 결국 50대 후반 오른팔에 마비가 왔고 그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했어요. 70대가 되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끝내 손가락이 모두 뒤틀리고 말았어요. 매일 붓을 쥐고 팔을 써야 하는 화가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었지요.

그럼에도 그는 손에 붕대를 감은 채 붓을 쥐기 위해 노력하며 그림 그리는 걸 포기하지 않았어요. 60년 화가 생활 동안 약 6000점 작품을 남긴 르누아르. 하루도 그림을 그리지 않은 날이 없다는 그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어요.

불우한 환경과 치명적 육체 결함을 오히려 재능으로 꽃피운 멕시코 출신 화가 프리다 칼로도 있습니다. 그는 6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쇠약해지는 장애가 생겼고, 18세 때에는 교통사고로 척추 등을 크게 다쳤다고 해요. 이로 인해 평생 30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죠. 그는 사고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거울을 통해 자기 내면 심리 상태를 관찰해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작품 중 유난히 자화상이 많지요. 이 밖에도 마지막 장인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에선 그 자체로 위로와 치유가 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전시 작품을 해설하면서 관람객들이 잘 이해하게 돕는 사람) 설명을 듣듯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요. 130점 명화로 채워진 책 속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이들 이야기가 자양분이 되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