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미소·지팡이·당근… 무엇을 주더라도 사랑만으로 훌륭한 선물 될 수 있어요

입력 : 2022.12.08 03:30

할머니를 위한 완벽한 선물

[재밌다, 이 책!] 미소·지팡이·당근… 무엇을 주더라도 사랑만으로 훌륭한 선물 될 수 있어요
레인 스미스 지음 | 하정희 옮김 |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 가격 1만4000원

토끼는 할머니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토끼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선물로 표현하고 싶었나 봐요. 토끼는 하늘을 보며 궁리를 해요. 그때였어요. 까마귀가 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완벽한 선물'이 있다고 알려주어요. 토끼는 까마귀가 알려준 대로 커다란 초록 숲으로 길을 떠났어요.

토끼는 숲속에서 보름달을 만났어요. 해가 떠있을 때 달은 숲속에 숨어 지낸다네요. 토끼는 달에게 할머니를 위한 완벽한 선물을 찾고 있다고 말해요. 그러자 보름달은 "할머니에게 미소를 드리면 어떨까? 나한테 가득 있는데"라고 제안해요. 둥글던 보름달은 곧 가느다란 초승달이 되었어요. 달의 미소가 예쁘네요. 하지만 토끼는 "괜찮아, 할머니는 늘 해처럼 환하게 웃으시거든" 하고 대답해요. 그 말에 달은 시무룩해지며 말이 없어졌어요. 토끼는 달 앞에서 '해처럼 환하다'는 말을 괜히 했나 싶어 마음에 걸려요.

더 깊은 숲속에서 만난 나뭇개비(가늘고 길게 쪼개진 나뭇조각)는 할머니에게 지팡이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요. 하지만 토끼는 할머니가 지팡이 없이도 잘 걷는다고 답하며 거절해요. 호수를 건너다 만난 물고기는 할머니께 물 한 컵을 선물하라고 제안하네요. 토끼는 그것도 선물로 적당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토끼가 책을 읽을 때마다 할머니께서 늘 물을 따라 주거든요.

이제 가파른 산봉우리를 올라야 하네요. 완벽한 선물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까마귀의 말은 하늘을 날 수 있는 까마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토끼는 생각해요. 토끼의 걸음으로는 너무 먼 길이었거든요. 힘들게 한 발 한 발 산꼭대기를 향해 올라가요.

그런데 까마귀의 말이 맞았어요. 토끼는 정말 완벽한 선물을 발견했어요. 토끼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바로 싱싱한 당근이었어요. 토끼는 신이 나서 당근을 안고 왔던 길을 되돌아 뛰어가요. 할머니 집으로 달려가던 토끼는 딱 한 번 걸음을 멈추어요. 당근을 한입 먹어 보기 위해서요.

그런데 맛있는 당근을 딱 한입만 먹는 것은 아무래도 토끼에겐 무리였나 봐요. 토끼는 당근을 여러 번 베어 물어 반 토막이 났어요. 드디어 할머니 집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할머니의 집 울타리가 모두 당근이에요. 그 옆으로 당근이 가득 자라는 밭까지 있네요.

실망하는 토끼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요. "정말 완벽한 선물이구나. 왠지 아니?" 토끼는 생각해요. '보나마나 내가 드렸기 때문이겠지.' 할머니는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할머니는 언제나 최고로 좋은 말만 하는 분이라고 토끼는 생각해요.

이 책은 세계적 권위의 도서상인 칼데콧 아너상과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받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최고의 그림책 상을 네 번이나 받은 레인 스미스의 그림책이에요. 부드럽고 따뜻하면서 꿈속처럼 느껴지는 그림이 매우 아름다운 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