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스누피는 무중력 확인, 마네킹은 우주복 성능 검증해요
입력 : 2022.12.06 03:30
오리온 우주선의 승객 대체품
- ▲ /그래픽=진봉기
이 장면이 공개되자 "우주선에 왜 인형이 있느냐"며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오리온 우주선에는 스누피 인형 외에 레고 인형과 마네킹 등도 실려 있답니다. 이런 물건이 왜 실려 있는지와 함께 인류의 첫 달 탐사였던 아폴로 계획 때는 어떤 물건이 우주선에 실렸는지 알아볼게요.
아폴로 10호 마스코트였던 스누피
스누피 인형은 우주선이 무중력 상태가 되었을 때, 그 상태를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맡았어요. 우주선 내부 벽면에 매달아 놓은 인형이 둥둥 뜨면 무중력 상태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거예요.
스누피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 당시 아폴로 10호의 마스코트였어요. 아폴로 10호는 1969년 5월 발사된 아폴로 계획의 네 번째 유인 우주선으로, 달을 31바퀴 돌면서 이후 발사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위한 마지막 연습을 했는데요.
이때 사령선(司令船·사령관이 타고 지휘하는 우주선)에서 분리돼 달 표면으로부터 고도 15.6㎞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사령선에 도킹(우주선 등이 서로 결합함)한 달 착륙선의 이름이 스누피였어요. 아폴로 10호가 아폴로 11호의 착륙 지점을 정찰(snoop)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NASA에는 스누피의 이름을 딴 '실버 스누피 상'도 있는데,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애쓴 직원을 뽑아 주는 상이에요. 오리온 우주선에는 스누피 인형 외에도 네 개의 레고 인형과 '어린 양 숀'(Shaun the Sheep)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숀 인형이 타고 있지요. 이들 모두 스누피와 같은 임무를 맡았답니다.
우주선에 실린 3개의 마네킹
아르테미스 1호에 탑재된 오리온 우주선은 무인(無人) 우주선이에요.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은 타지 않았지만, 대신 3개의 마네킹이 타고 있지요. 그중 우주복을 입은 채 사령관석에 앉는 마네킹의 이름은 '무네킹 캄포스'(Moonikin Campos·이하 무네킹)인데요. 무네킹은 달(Moon)과 마네킹(manikin)의 합성어이고, 캄포스는 아폴로 13호의 귀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 NASA의 엔지니어 아르투로 캄포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무네킹이 입고 있는 우주복은 추후 유인 우주선으로 발사될 아르테미스 2·3호 임무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실제 입을 우주복이에요. 방사선 측정 센서가 달려 있지요. 살아있는 사람에게 입히기 전에 마네킹에 입혀 우주복의 성능을 시험하는 거예요. 또 무네킹은 우주비행사처럼 의자에 앉은 채 눕혀져 있는데, 머리 받침대와 등 쪽에 우주선의 가속도와 진동을 탐지하는 센서가 있어서 우주비행사가 받게 될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답니다.
오리온 우주선에는 몸통과 머리만 있는 또 다른 마네킹도 탔어요. 이들의 이름은 헬가(Helga)와 조하르(Zohar)인데요. 여성의 뼈와 장기, 연조직(힘줄이나 혈관 등 단단한 정도가 낮은 특성을 가진 조직) 등을 모방한 물질로 만들어져 있어요.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이유는 오는 2025년 발사될 예정인 3호가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태울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이들 역시 방사선을 막아주는 조끼를 입고 있어요. 방사선의 양을 측정하는 센서도 달려 있어 우주비행사들이 달을 다녀오는 사이 받게 될 방사선의 양을 미리 알 수도 있어요.
달 탐사의 과거 담긴 오리온 우주선
오리온 우주선에는 달 탐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줄 상징적인 물건이 담긴 비행 상자도 실려 있어요. 이 상자에는 10년 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아폴로 11호 엔진의 일부였던 볼트, 1968년 달 궤도에 다녀온 아폴로 8호의 우주선 조각을 녹여 만든 기념주화, 1970년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팔던 아폴로 17호 임무 패치 등이 들어 있지요.
이런 물건에는 인류가 달에 가려고 노력했던 흔적과 정신이 담겨 있어요.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물건을 아르테미스 임무와 연결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달 탐사가 50년 전인 1972년 멈췄던 아폴로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는 표시를 하는 거예요. 오리온 우주선에는 미국 남부 48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 중 다양한 기후에 잘 적응하는 5종의 나무 씨앗 1000개도 실려 있는데요. 1971년 아폴로 14호는 5종의 나무 씨앗 500개를 싣고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돌아왔어요. 이 씨앗 중 420개가 지구에 돌아와 묘목으로 성장했고, '달나무'라고 불리며 미국 전역과 영국 등에 기증됐어요. 하지만 현재 겨우 100여 그루의 위치만 알 뿐 나머지는 어디에서 자라는지 모른다고 해요.
NASA는 오리온 우주선에 실렸던 씨앗들을 아폴로 14호에 실렸던 씨앗처럼 지구상의 여러 곳에 심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위치를 잘 기록할 것이라고 해요. 그래야 달을 여행하면서 방사선을 쏘인 씨앗에서 싹튼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지 추적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