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기린의 목은 어쩌다 길어졌을까?"… 다양한 가설 통해 과학적 사고 길러요

입력 : 2022.11.28 03:30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

[재밌다, 이 책!] "기린의 목은 어쩌다 길어졌을까?"… 다양한 가설 통해 과학적 사고 길러요
김정훈(과학드림) 지음|출판사 더퀘스트|가격 1만8500원

이 책은 사람·공룡·동물·곤충·식물과 관련된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과학 지식을 알려줍니다. 다양한 학설과 과학 이론에 대한 설명이 풍부하게 나와 있지요. 각각의 질문 도입부마다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 쪽 분량 만화로 그려져 있어 뒤에 나오는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더해요. 이렇듯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思考)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예를 들어 동물 분야에는 이런 질문이 있어요. '기린의 목이 길어진 진짜 이유는?' 진화학자 다윈은 "목이 긴 기린의 개체들이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더 높이 있는 나뭇잎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행동생태학자 로버트 시몬스는 다른 주장을 펼쳐요. 수컷과 암컷 기린이 주로 먹는 먹이의 높이 분포를 비교했더니, 이들이 주로 먹는 나뭇잎이 머리 꼭대기 높이에 있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먹이의 높이와 목의 길이는 큰 상관이 없다는 거지요. 그는 수컷 기린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목 싸움을 하다가 목이 길어졌다는 가설을 제시해요.

하지만 미국 와이오밍대 박사 그레이엄 미첼은 이 주장을 반박합니다. 암컷 기린과 수컷의 목 길이에는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암컷의 덩치가 클수록 덩치가 작은 수컷보다 목 길이가 긴 경우도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새로운 가설을 제시해요.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체온 조절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이라고요.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기린의 행동을 직접 관찰한 결과, 기온이 높아질수록 기린이 태양을 향해 머리를 똑바로 뻗는 행동을 자주 하더래요. 머리가 태양을 향하면 긴 목은 머리의 그림자에 가려 그늘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열을 빠르게 식힐 수 있다는 거예요.

현재 기린의 목이 길어진 진짜 이유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고 해요. 지금도 많은 진화생물학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을 뿐이에요. 이처럼 이 책은 일방적으로 답을 알려주고 있지는 않아요. 어쩌면 똑 부러진 결론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할 거예요.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합니다. "이게 과학이 지닌 매력"이라고요. 이랬다 저랬다 하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결국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정답이 아닌 그 과정이 과학의 매력이라는 거죠.

이외에도 '아기는 왜 귀여울까?'라는 질문이 있어요. 우리가 아기를 보며 귀엽다고 느끼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대목인데요. 197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콘라트 로렌츠는 아기를 귀여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종족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아기를 귀엽다고 느끼는 만큼 아기를 더 잘 보살피고 안전하게 키워 결국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아기를 귀엽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유전자가 살아남아 현재 인류까지 전달됐다는 거죠.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을 과학의 눈으로 다르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