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개막식 열린 스타디움 삐죽한 지붕, 유목민 전통 천막 형상화했어요

입력 : 2022.11.22 03:30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알베이트 스타디움의 지붕 외형은 천막을 여러 개 친 듯 솟아 있어요. /FIFA
개막식이 열린 알베이트 스타디움의 지붕 외형은 천막을 여러 개 친 듯 솟아 있어요. /FIFA
지난 20일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어요. 카타르 월드컵은 월드컵 최초로 중동에서 열리는데요. 카타르의 여름철 낮 평균 기온이 40도가 넘기 때문에, 11월에 열린다는 점도 화제가 됐지요. 개막식에는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이 출연해 대회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답니다.

카타르 월드컵은 관련 디자인과 건축에 아랍 문화를 성공적으로 엮었다는 평을 받아요. 수학 기호인 8자 형태의 무한대(∞) 모양을 한 엠블럼(상징적인 그림이나 문자)은 중동의 전통적인 모직 목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목도리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의미하고, 8자는 월드컵이 열리는 8개의 스타디움(경기장)을 상징해요. 또 꺾이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곡선의 모양은 중동 사막 모래언덕의 기복을 나타내면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월드컵을 형상화한 거예요. 엠블럼에는 흰색과 적갈색을 사용했는데, 이 두 색은 카타르 국기를 구성하는 색이기도 해요.

마스코트인 '라이브(La'eeb)'의 이름은 아랍어로 '놀다' '운동하다'라는 뜻의 '라이바'에서 파생했는데요. 하얀 면직물로 만든 아랍 전통의 긴 두건인 구트라와 이를 고정하는 머리끈인 이칼(Iqal)을 캐릭터 디자인에 적용했어요. 팔다리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느낌인데요. 아랍의 고대 설화에서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적인 존재를 모티브(동기)로 삼았다고 합니다.

아랍의 문화는 월드컵 스타디움 건축 디자인에도 녹아 있어요. 개막식이 열린 알베이트 스타디움의 지붕 외형은 마치 천막을 여러 개 친 듯 삐죽삐죽 솟아 있는데요. 사막의 유목민으로 유명한 베두인족의 전통적인 천막 베이트 샤르의 형상에서 따온 거예요. 베이트는 아랍어로 집이라는 뜻입니다.

알자누브 스타디움은 이라크 태생 영국인 건축가인 고(故)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는데요. 하디드는 우리나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있는 문화센터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등을 설계한 여성 건축가입니다. 알자누브 스타디움의 외형 지붕은 카타르 전통 보트의 돛을 형상화해 만들어졌어요. 하디드 특유의 유기적인 곡선이 중첩되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결승전이 열리는 루사일 스타디움은 황금빛의 외관으로 꾸며져 '황금 그릇'이란 애칭이 붙었습니다. 철망처럼 보이는 외관은 아랍 전통 랜턴(손에 들고 다니는 등)의 공예기법에서 영감을 받았답니다. 빛과 어둠의 오묘함을 잘 보여주는 이곳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87)가 설계했어요. 그는 런던 시청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