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진만 찍지 말고 공간 자체 즐겨야… 건축디자이너가 쓴 공간 안내서예요

입력 : 2022.11.21 03:30
[재밌다, 이 책!] 사진만 찍지 말고 공간 자체 즐겨야… 건축디자이너가 쓴 공간 안내서예요

인증샷 바깥의 공간

문형근 지음 | 출판사 궁리 | 가격 1만4800원

소셜미디어(SNS)에는 예쁘거나 독특하게 꾸민 공간 사진이 많이 올라와요. 이 게시물을 보고 부지런히 '좋아요'를 누르거나, 같이 갈 사람 계정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경우도 많죠. 홍수같이 쏟아지는 '공간 포스팅'(소셜미디어의 글이나 사진 등을 이르는 말)을 보고 나면 어쩐지 그곳에 가지 않으면 시류(시대의 풍조나 경향)에 뒤처질 것 같은 조급함이 몰려올 때도 있지요.

어쩌면 이런 공간에 직접 찾아가 본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시간 내어 찾아간 공간에서 무얼 느꼈나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공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을 겁니다. '인증샷'과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 책은 일종의 공간 안내서입니다. 소셜미디어 속 '좋아요'와 '해시태그' 너머에 있는 공간의 가치를 들여다보지요. 저자는 건축디자이너인데요. 그는 7년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수천 곳 공간을 소개해 왔습니다.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난해하고 어려운 건축 용어 대신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공간의 가치를 설명하지요.

저자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을 마냥 비판하지는 않아요. 다만, "찍었으면 이제 제대로 공간을 '느껴보자'"고 말해요. 찍고 올리는 행위에 그치지 말고, 방문한 공간을 더 풍부하게 감상하고 경험해보자는 거지요. "공간은 이론이나 수치가 아닌 감각으로 설명되는 영역"이라며 "우리는 좋은 공간을 계속해서 경험해 나가야 한다"고 해요. 그래야 앞으로 좋은 공간이 더 많이 생기고, 기업이 더 많은 공공 공간을 마련하기 때문이래요. 또 지방자치단체 등에 "수준 높은 문화 공간을 지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고요.

저자는 우선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간을 선별한 뒤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나눠요. 문화적 소양을 쌓기 위해 전시를 관람하는 '복합문화공간', 넘쳐나는 커피 시장에서 소비 공간인 '카페', 새로운 식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인 '다이닝', 숙박의 공간인 '호텔' 등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해당 공간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소개하는데요.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전통 찻집 수연산방은 원래 아홉 명 문인이 모여 꾸린 문학 동인회 구인회(九人會) 활동 근거지였다고 설명하며, "같은 공간이 다른 시대에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고 말해요. 문인의 사랑방에서 만인의 사랑방이 됐다는 거예요.

책의 말미에 "사실 공간을 경험하는 데에 정답은 없다"며 이 책 또한 정답지가 아니라고 말하는데요. 공간을 살핀다는 건 빈 사이(空間)를 고민해본다는 뜻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든 것인가?'에 주목해서 공간을 둘러본다면 풍부한 감상이 될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