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美 사료 먹인 獨 돼지가 한국으로… 전 세계는 먹거리로 연결돼 있어요

입력 : 2022.11.14 03:30

저 많은 돼지고기는 어디서 왔을까?

[재밌다, 이 책!] 美 사료 먹인 獨 돼지가 한국으로… 전 세계는 먹거리로 연결돼 있어요
후루사와 고유 지음|형진의 옮김|출판사 나무를심는사람들|가격 1만3500원

김지하 시인의 시 '님' 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 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시 속 구절처럼 밥 한 그릇은 거대한 연결 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책의 핵심은 우리가 먹는 식재료들의 연결 관계와 식량 위기입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전반적인 유통 경로를 이해할 수 있고, 식량 위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볼 수 있어요. 인터뷰 형식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대화체로 구성돼 있어 쉽게 읽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자는 물과 소금을 제외한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살아 있었던 생물이라고 말합니다. 고기나 곡물은 물론이고 채소처럼 땅에서 자라는 것, 생선·미역처럼 바다에서 나는 것 대부분은 생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을 먹고 있는 셈이지요. 또 저자는 과거 우리 조상이 살던 때와 달리 이제는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이 전 세계 국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얘기해요. 예를 들어 점심에 여러분이 먹은 돈가스는 아마도 미국에서 재배한 옥수수 사료를 먹인 독일산 돼지고기일 거라고 말이죠.

저자가 이렇듯 식재료의 유통 경로를 알려주는 이유가 뭘까요? 식량 위기는 결국 기후 위기와 함께 온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기후 위기로 어디에선가 폭염·폭설·가뭄·홍수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 우선 그 나라의 농업이나 어업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원재료가 부족해지고 대체원료의 가격이 오르게 되겠죠.

그로 인해 먹거리로 연결된 나라들은 모두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저자는 전 세계 먹거리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설령 우리나라에서 당장 이상기후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식량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늘 먹은 돼지고기가 지구상의 어디에서 누군가가 키운 살아 있던 존재였고, 전 지구적 푸드 시스템(food system·식품체계)에 의해 나의 식탁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우리가 먹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변화의 방법 중 하나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철 과일과 채소 먹기'를 추천해요. 우선 계절에 맞는 제철 과일은 인위적으로 온도 조절을 해서 키울 필요가 없어 재배할 때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요. 또 해외에서 가져올 필요가 없어 운송할 때 배출되는 탄소도 줄일 수 있지요. 먹거리가 순환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로서 건강한 삶을 살 때 오래오래 지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