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그림의 배경이던 하늘을 주인공으로 만들었죠
입력 : 2022.11.14 03:30
구름을 그린 화가들
- ▲ ①야코프 판 루이스달, ‘풍차가 있는 해안’(1670) ②존 컨스타블, ‘건초마차’(1821) ③조지아 오키프, ‘구름 위에서 1’(1963) ④애니시 커푸어, ‘하늘 거울’(2020).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런던 내셔널 갤러리·조지아 오키프 미술관·호튼 홀 아카이브
이는 당시 폴란드 출신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의 영향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했는데요. 지구가 행성(중심 별의 주위를 도는 천체)이라는 생각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하늘로 이어지는 광활한 우주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하늘을 관찰하다가 구름의 모습에 심취하게 된 화가도 있어요. 구름을 그려 넣으면 단조로워 보이던 하늘에 마치 표정이 생기는 듯한 효과가 있지요. 어쩌면 구름은 하늘에 그려진 그림인지도 몰라요. 구름을 즐겨 그려 구름 화가로 알려지기도 한 이들의 대표 작품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그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 불어넣어
〈작품 1〉은 17세기 바로크 시대 네덜란드 화가인 야코프 판 루이스달(1629~1682)의 '풍차가 있는 해안'입니다. 멀찍이 보이는 넓게 펼쳐지는 풍경을 그린 것으로, 전체 그림의 3분의 2가 하늘입니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지만 먹구름은 곧 비를 몰고 오기라도 할 듯 심상치 않네요. 먹구름의 그림자가 물 위로 드리워져 수면이 어두컴컴해져 있습니다.
루이스달이 구름을 즐겨 그린 이유는 무언가 꿈틀거리는 듯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그림에 불어넣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만일 구름이 없다면 이 그림은 어떻게 보일까요? 시간이 멈추어 있거나, 모두 잠들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작품 2〉는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이 그린 '건초마차'예요. 이 그림도 구름 낀 하늘이 화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컨스터블은 야외에 나가 바깥 경치를 직접 보며 그림을 그린 화가였어요. 당시의 화가들은 스케치 정도만 밖에서 하고, 색칠은 바람이 불지 않는 작업실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컨스터블은 오랜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며 채색을 하기도 한 거지요. 그는 답답하게 갇힌 작업실 공기가 아니라, 외부의 탁 트인 공기로 그림 속의 공간을 가득 채워 넣고 싶어했어요. 이 그림에서 바깥 공기가 느껴지도록 하는 데에는 구름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하늘에서 구름은 마치 숨을 쉬는 듯하고, 맑고 투명한 개울에 어른어른 비추어져 물결과 함께 떠다녀요. 작업실에서만 그렸다면 이런 표현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비행기 위에서 새로운 각도로 본 구름
〈작품 3〉은 어디에서 본 구름의 모습일까요? 마치 바다 위에 구름으로 만든 빵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이 그림은 20세기 미국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가 그린 '구름 위에서 1'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며 창문 밖으로 본 하늘의 모습이지요. 비행기를 탄 덕분에 구름을 완전히 새로운 눈높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산타페에는 오키프 미술관이 있어요. 오키프는 1946년 산타페로 가서 쭉 노년을 보냈어요. 산타페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노골적으로 내리쬐는 태양과 가짜로 의심할 만큼 유난히도 새파란 하늘이 인상적인 곳인데요. 도시의 오염에서 한 겹 걸러진 빛과 흐리고 퇴색된 하늘만 줄곧 봐오던 오키프에게 산타페의 선명한 하늘색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해요.
오키프는 산타페의 하늘을 사랑했어요. 전시회 일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다른 도시를 오가면서, 그는 이 작품 외에 비행기에서 본 하늘의 모습을 연작으로 몇 점 더 그렸는데요. 그중 '구름 위에서4' 작품은 끝없는 하늘을 거대한 화면에 담아보려는 열망이 담긴 것으로 폭이 7.3m나 돼요. 이 그림은 오키프의 다른 작품과 더불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미술관 문보다 그림이 더 커서 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전시하지 못하고 도로 가지고 왔다고 하네요.
구름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표현해
저 멀리 하늘의 구름을 그림 속에 넣으려는 미술가들의 시도는 현대에 들어서도 계속됩니다. 하늘의 구름을 눈앞에 내려놓아 볼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인도계 영국인 애니시 커푸어(68)는 조각을 통해 그 시도를 하는데요.
〈작품 4〉는 그가 만든 현대조각품 '하늘 거울'입니다. 쟁반같이 생긴 지름 5m 거울이 잔디밭에 비스듬하게 놓여 있네요. 흠집 하나 없이 반들반들 매끄럽게 만든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표면에 하늘이 비쳐 보여요. 구름으로 만든 수프가 그릇 안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하늘과 땅의 멋진 만남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