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은행에 맡긴 돈 찾으러 한꺼번에 고객 몰려… 은행 파산 원인 된대요
입력 : 2022.11.10 03:30
뱅크런
- ▲ 1931년 독일의 중앙은행인 제국은행이 파산하고 시중은행이 연쇄 도산하자 돈을 인출하기 위해 시민들이 은행 앞에 모여있는 모습. /위키피디아
A. '뱅크런(bank run)'은 은행 부실 우려로 인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의미해요. 쉽게 말해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찾지 못할 것을 염려해 돈을 찾으려고 한꺼번에 금융 기관에 몰려드는 현상이에요. 이런 현상이 생기면 은행이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맡긴 돈을 은행이 돌려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고객이 맡긴 돈을 은행에서 모두 보관하고 있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은행은 사람들이 예금한 금액의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에게 대출해 줍니다. 돈을 맡긴 사람에게 줘야 할 예금 이자보다 돈을 빌린 사람에게 받는 대출 이자를 더 많이 받아서, 그 차액만큼 수익을 내는 거예요. 또 예금을 통해 받은 돈을 다른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돌려줄 돈이 바닥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지요.
이런 이유로 국가에서는 은행이 일정 비율 이상을 지급 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정해 둡니다. 은행이 평소 돈을 지나치게 적게 보유하고 있으면 예금을 찾는 사람들에게 돈을 못 주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평상시에는 이 정도만 가지고 있어도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에게 돈을 지급하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예금자들이 은행에 대한 믿음을 잃어 집단으로 돈을 찾으려고 하면 문제가 됩니다. 예컨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사람들이 은행 경영 부실을 우려할 때인데요.
뱅크런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한 은행에 뱅크런이 발생하면, 다른 은행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A은행이 경영 악화로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소문이 돌면, A은행에 돈을 맡겨 둔 예금자뿐 아니라 B은행에 돈을 맡겨둔 예금자들도 불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에요. 2011년 부실 경영과 비리 문제로 촉발된 부산저축은행 뱅크런 사태는 다른 저축은행으로 번져 이듬해 다른 저축은행 10여 곳이 파산했죠.
이렇게 되면 경영 상태가 건전한 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요. 보통 한 은행에서 고객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해지면 다른 은행이나 중앙은행(한국은행)에서 빌려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 돈을 빌려서 지급할 수도 없게 되는 거지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의 연구에서도 은행의 역량과 무관하게 사소한 사건으로 뱅크런이 촉발될 수 있으니, 금융 시장이 믿음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