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는 누구일까 찾아헤매던 주인공, 세상 하나뿐인 나의 의미 발견했죠

입력 : 2022.11.10 03:30
[재밌다, 이 책!] 나는 누구일까 찾아헤매던 주인공, 세상 하나뿐인 나의 의미 발견했죠

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

솔 루이스 지음 | 문주선 옮김 | 출판사 나무말미 | 가격 1만4000원

이 책의 첫 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멓고 커다란 무언가가 그려져 있어요. 아래위로 길쭉한 타원형의 형상에 윗부분은 누가 베어 문 듯 움푹 파여 있고, 아래로는 두 개의 다리, 혹은 촉수처럼 보이는 것이 삐죽 튀어나와 있네요. 어찌 보면 쌀알을 크게 확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쌀알은 아닌 것 같아요. 대체 뭘까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의 이름은 '마니'예요. 책의 첫 장에는 "마니가… 무엇이냐고요?"라고 딱 한 줄이 적혀 있어요. 다음 장엔 이렇게 적혀 있지요. "마니는 그 무엇도 아니에요. 지금 당장은요. 하지만 마니는 '무엇'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계속 책장을 넘겨 가며 읽어봅니다. 마니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찾아 길을 떠나기로 해요. 마니는 어떤 숲에 도착했어요. 마니는 자신이 그 숲의 나무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요. 하지만 나무는 이미 그 숲에 너무나 많았고, 게다가 마니는 나무처럼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만 있을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니는 나무가 되는 것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요.

숲 가까이 연못이 있네요. 마니는 이번엔 연못 속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물고기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요. 하지만 이미 물고기도 많았어요. 게다가 마니는 물고기처럼 차가운 물속을 헤엄칠 자신이 없었지요. 마니는 다시 길을 떠나기로 해요.

이번엔 연못 옆에서 쉬고 있는 새들이 보이네요. 마니는 이제 새가 되어볼까 생각해요. 하지만 마니는 새처럼 높은 하늘로 올라갈 자신이 없었어요. 마니는 쉬지 않고 길을 걸으며 생각해요. 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 무엇이 되어도 즐겁지가 않을 것만 같았어요.

되고 싶은 그 무엇을 찾아다니는 것을 마니는 이제 그만두고 싶어졌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마니는 이상한 아이를 만났어요.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아이예요. 마니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다가가 물어요. "도대체 넌 무엇이니?"

그러자 그 이상한 아이가 놀라운 대답을 합니다. "나는 용감하고 사나운 사자이기도 하고, 작고 겁 많은 생쥐이기도 해." 이어서 이렇게 말해요. "하지만 잘 봐. 나는 그 무엇도 아닌… 그냥 나야." 이 대답을 듣는 순간 마니는 마음의 눈이 번쩍 뜨였어요. 마니는 생각해요. 근사해 보이는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면 모두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만이 될 수 있는 오직 하나가 있었던 거예요. 그건 바로 '마니' 자신이었지요.

이것을 깨달은 마니는 뛸 듯이 기뻐해요. 자신은 이미 그 무엇이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였으니까요. 그러니 다른 그 무엇이 될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이 책은 단순하지만, 상징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성장의 과정을 담고 있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