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지렁이처럼 생겼지만 양서류… 1.5m 넘게도 자라며 소리 낸대요

입력 : 2022.11.09 03:30

무족영원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최근 국제 과학 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소리를 낼 수 없는 줄 알았는데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밝혀진 동물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어요. 그중에는 무족영원(사진·無足蠑螈)도 있었죠. "꺽" 하는 콧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족영원은 개구리·두꺼비·도롱뇽 등이 속해 있는 양서류예요. 원래 영원은 몸이 길쭉하고 네 발 달린 도롱뇽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인데요. 무족영원이라는 이름은 발이 없는 영원이라는 뜻이죠.

길쭉한 몸뚱어리를 가진 무족영원은 눈·코·입 등을 구별하기 어렵고, 땅속이나 습한 곳에 주로 살아 종종 무척추동물인 지렁이와 혼동되기도 해요. 따뜻하고 습한 지역이 많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중부 이남 지역에 살고 있고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종류만 200여 종 가까이 된대요. 그중에는 손가락 한 뼘 길이만 한 것부터 1.5m가 넘는 커다란 것까지 있어요.

무족영원은 4억년 전에 살았던 양서류와 뼈의 구조가 아주 비슷한 원시적인 무리랍니다. 개구리·도롱뇽과 마찬가지로 매끈거리고 축축한 살갗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다른 양서류들과 차이가 나는 점도 적지 않답니다. 개구리·도롱뇽 등은 얼굴에서 눈이 툭 튀어나온 경우가 많지만, 무족영원의 눈은 피부 속에 묻히다시피 해 보이지가 않아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주로 살아가다 보니 눈이 퇴화했거든요.

그 대신 무족영원은 눈과 코 사이에 더듬이와 비슷한 촉수가 달려있는데 이 촉수로 먹이를 찾기도 하고 움직일 방향도 잡는대요. 무족영원의 입에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있어요. 이 이빨로 먹잇감인 애벌레·지렁이·뱀 등을 움켜잡은 뒤 꿀꺽 삼킨대요.

무족영원은 번식 과정에서는 오히려 다른 양서류보다 진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대부분의 양서류는 암컷이 물속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액을 뿌려 수정시키는 체외수정으로 번식을 하는데요. 무족영원은 수컷의 몸에 달린 특수한 생식 기관을 통해 암컷 몸속의 알을 수정시키는 체내수정을 한답니다. 양서류보다 진화한 포유동물·새와 비슷한 방법으로 번식을 하는 거죠.

무족영원이 부화해 성장하는 방법은 종류별로 천차만별인데요. 알에서 갓 태어났을 때 아가미 달린 올챙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가 점점 어른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종류도 있고요. 어미 몸속에서 부화한 뒤 상당 부분 자라난 상태에서 태어나는 종류도 있대요.

무족영원은 아직도 살아가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요. 여느 양서류에서는 볼 수 없는 모성애를 보이는 종류도 있어요. 아프리카 케냐에 사는 무족영원은 번식 철이 되면 어미의 피부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부풀어오른대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어미의 피부는 갓 태어난 새끼들이 이빨로 갉아먹는 소중한 먹이가 된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