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단순함 추구하는 네덜란드 예술 운동… 추상화 대가 몬드리안이 제안했어요

입력 : 2022.11.08 03:30

데 스테일(De Stijl)

네덜란드에 세워진 슈뢰더 하우스. /위키피디아
네덜란드에 세워진 슈뢰더 하우스. /위키피디아
추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피터르 몬드리안(1872~ 1944)의 작품 '뉴욕 시티1'(1941)이 77년간 거꾸로 걸려 있었다는 주장이 최근 미술계에서 나왔어요. 올해 몬드리안 탄생 150주년을 맞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대규모 전시가 기획됐는데, 옛 자료를 검토하던 한 큐레이터가 1944년 화가의 작업실을 찍은 사진에 등장한 그림의 모습을 토대로 "그림이 뒤집혔다"는 의혹을 제기한 거예요. 만약 이 주장이 맞는다면 1945년 뉴욕현대미술관 첫 전시 당시부터 그림이 잘못 걸렸다는 거예요.

이 작품은 빨강·파랑·노랑·검정의 접착테이프가 교차하며 기하학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어요. 수직선과 수평선으로만 화면을 분할했기 때문에, 작품만으로는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구분이 힘들 수도 있어요. 이런 몬드리안 특유의 스타일은 네덜란드의 예술 운동인 '데 스테일(신조형주의·De Stijl)'에 뿌리를 두고 있답니다.

데 스테일은 추상적이고 단순한 것을 추구하는 예술 양식으로, 추상미술과 디자인은 물론 건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네덜란드어인 데 스테일은 '양식(The Style)'이라는 의미예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나갈 무렵 유럽 사회에서는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데 스테일도 그중 하나였는데, 1917년 발간한 동명의 잡지를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어요.

파리에서 입체주의를 접하고 추상미술을 연구하던 몬드리안은 화가이자 건축가인 테오 판 두스뷔르흐(1883~1931)와 가까워졌어요. 두 사람은 미술에 대한 태도가 비슷했는데요. 이들은 "자연의 형태와 색상 같은 물질적인 것은 계속 변하므로 불완전하다"고 생각했죠. 대신 세상 모든 것에는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진리가 숨어 있고, 이를 끄집어내어 순수한 형태로 정리한다면 사람들이 아름다움의 정수를 공유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다양한 사각형을 만들어 화면에 긴장과 조화를 불어넣고, 빨강·파랑·노랑의 세 가지 색과 검정·회색·흰색의 세 가지 명암만 사용하기로 했어요. 몬드리안은 잡지 창간호에서 이런 내용을 주장했고, 이것은 데 스테일의 이론적 기반이 되면서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데 스테일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1924년 네덜란드에 세워진 슈뢰더 하우스입니다. 데 스테일의 핵심 일원이었던 건축가 게리트 리트벨트는 "색상을 너무 많이 쓰면 건축 자체가 빛을 잃는다"며 창문과 문틀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빨강·파랑·노랑의 강렬한 삼원색만을 사용했어요. 비용을 아끼려고 콘크리트 대신 벽돌로 지었지만, 외벽을 석회로 칠해 벽돌 느낌을 최대한 지웠죠. 데 스테일에서는 재료의 물성(물리적인 성질)을 최대한 지우려 했기 때문이에요. 방과 거실을 명확히 나누지 않고, 움직이는 가벽으로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등 실험적인 태도로 후대에 영감을 줬어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