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담쟁이덩굴처럼 줄기 뻗으며 자라… 가짜 꽃 피워 곤충 유인한대요
입력 : 2022.11.07 03:30
등수국
- ▲ 등수국은 중앙에 있는 아주 작은 꽃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훨씬 큰 꽃이 자라요. 오른쪽 사진은 나무의 줄기에 기대어 자라는 등수국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필자제공
우리나라에서 등수국은 남해안의 섬과 울릉도에서 주로 자라는데요. 자라는 지역으로 보아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할 것 같지만, 영하 30도에서도 거뜬히 자라요. 그래서 러시아의 사할린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요. 다 크기까지는 10년 정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배수만 잘된다면 양지나 음지 가리지 않고 잘 자라요.
높이 10~20m까지 자라는 등수국은 줄기에서 기근(氣根·공기 가운데 노출되어 있는 뿌리)을 내어 다른 나무의 줄기나 건물 또는 바위에 붙어 자랍니다. 잎 뒷면의 맥 부분에는 빽빽한 솜털이 자라나지요.
등수국은 5~6월 무렵이 되면 흰 꽃이 모여서 달리는데요. 온 나무를 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자란답니다. 등수국은 중앙에 있는 아주 작은 꽃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훨씬 큰 꽃이 자라는데요. 이 큰 꽃은 사실 꽃받침이 변한 것으로, 헛꽃 또는 가짜 꽃이라고 부릅니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변형된 거지요. 진짜 꽃 부분은 너무 작아서 꽃이 피어도 잘 보이지 않거든요.
수국 종류의 대부분은 이런 가짜 꽃을 맺어요. 우리가 오늘날 화단이나 꽃집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수국은 야생에 있는 여러 수국에서 헛꽃의 크기와 꽃색을 바탕으로 선발해 번식시킨 뒤 그걸 널리 퍼트린 거예요. 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국 품종은 자연에서 스스로 번식이 어려워요. 이 때문에 사람이 줄기나 가지를 꺾어 다시 심는 방법으로 주로 번식시키고요.
영국 등 유럽에서는 등수국을 우리나라의 담쟁이덩굴처럼 관상용으로 건물 벽면 장식에 흔히 이용해요. 꽃이 작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담쟁이덩굴과 달리 등수국은 가짜 꽃이긴 하지만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을 맺어 오히려 더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담쟁이덩굴처럼 등수국을 이용하면, 여름철 건물의 온도를 내려 에너지를 아끼고 도시의 건물을 녹색으로 바꾸는 효과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