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 이야기, 빙하기 기후변화 반영된 거래요

입력 : 2022.11.07 03:30
[재밌다, 이 책!]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 이야기, 빙하기 기후변화 반영된 거래요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곽재식 지음 | 출판사 문학수첩 | 가격 1만6000원

이 책은 SF(과학소설) 소설가이자 공학 박사인 저자가 쓴 교양 과학 에세이입니다. 그는 책에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학 작품 13편을 소개하면서 이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대순으로 이야기 한 편씩을 다루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어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기도 쉬워요.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길가메시 서사시(Gilgamesh Epoth)'입니다. 서사시란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전설 등을 다룬 이야기 형식의 긴 시를 말해요.

이 시에는 현인(賢人) 우트나피쉬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먼 옛날, 신들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삶을 사는 것에 분노해서 대홍수를 일으키기로 결심합니다. 세상을 깨끗하게 쓸어버리고 모든 생명을 소멸시키기로 한 거죠. 그런데 이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 한 신이 대홍수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을 은근슬쩍 인간 세상에 흘렸고, 우트나피쉬팀이 그걸 듣게 됩니다. 그는 살아남으려고 커다란 네모 모양의 배, '방주(方舟)'를 만듭니다. 그리고 우트나피쉬팀은 이 방주를 통해 살아남았다는 거죠.

이런 대홍수와 방주 이야기는 여러 신화 등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성경에도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나오지요. 저자는 이런 이야기가 쓰인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말해요. 선사시대였던 빙하기에 실제 대홍수와 비슷한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대홍수 이야기가 만들어져 널리 퍼지게 됐다는 거예요. 이 시기 기후 온난화가 일어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홍수가 많이 발생했다는 거죠.

그러면서 저자는 우트나피쉬팀의 이야기는 빙하기 이후 지구의 날씨가 바뀌며 농사를 보다 성공적으로 지을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문명과 도시를 만들며 영웅의 서사시를 노래할 수 있게 된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해요.

이처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그 이야기를 탄생시킨 과학적 배경을 찾아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저자는 그에 얽힌 과학적 근거를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예컨대 15~16세기에 배를 타고 바다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고 할 때, 그 시대의 항해 기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고 있다면 이런 모험이 얼마나 위험한 도전이었는지를 좀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겠죠. 과학의 시선으로 문학 작품을 읽으며 흥미진진한 세계사 공부를 시작해볼까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