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몰래 소풍 따라간 걱정 많은 초보 엄마… 어느새 성장한 아이 모습 발견했어요
엄마가 간다!
김진미 글·그림|출판사 길벗어린이|가격 1만4000원
아침부터 엄마가 굉장히 분주하네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동물원으로 소풍을 가는 날이에요. 엄마는 김밥을 싸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이 정도 크기면 한입에 먹을 수 있겠지?' '바람이 많이 부는데, 점퍼를 입혀 보낼까?' '차멀미는 안 하겠지?' 엄마는 온갖 걱정을 하고 있어요. 아이를 이렇게 멀리 보내는 것은 엄마로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거든요.
엄마가 도시락을 싸놓고 설거지를 하는 사이, 아이는 혼자 집을 나서요. 엄마는 "데려다 줄게"라고 했지만 아이는 "아니야, 난 혼자 갈 수 있어. 엄마, 걱정하지 마!"라며 나가버렸네요. 아이는 자신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가 봐요.
그런데 앗! 아이가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두고 집을 나선 거예요. 하지만 아이는 이미 유치원 버스를 타고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출발해요. 엄마는 배가 고플 아이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소풍 장소로 달려가요. 저기 아이가 보이네요. 동물원에 도착한 아이는 신나게 즐기고 있어요. "저기 봐, 하마다!" 아이는 동물이 보일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신나게 설명해 줘요. 놀다가 실수로 넘어져 무릎이 까지기는 했지만 울지도 않고 의젓하게 치료를 받는 모습이에요.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다시 올려 주기도 하네요.
그런 아이 뒤에서 엄마는 도시락을 건네줄 타이밍을 찾기로 해요. 들키지 않고 가방에 몰래 넣어 주고 올 생각이거든요. 자신의 실수 때문에 동물원까지 엄마를 따라오게 했다는 것을 알면 친구들 앞에서 아이가 부끄러울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엄마에게 온갖 일들이 벌어져요. 아이의 가방에 아무도 몰래 도시락을 넣어 주는 것에는 겨우 성공했지만, 코끼리에게 물세례를 받아 쫄딱 젖어버리기도 했죠. 그 덕에 몰골은 엉망진창이 됐지만, 엄마는 친구들과 맛있게 김밥을 먹는 아이의 모습이 마냥 흐뭇하네요.
하지만 동물원에 오래 머물 순 없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소풍에서 돌아올 아이의 마중을 나가려면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엄마는 또다시 집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요.
이 책은 걱정 많은 초보 엄마가 아이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기 위해 소풍을 쫓아가면서 벌어진 소동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어요. 작가는 엄마의 걱정과 초조함에 대비해 아이의 독립심과 성숙함을 표현하고 있지요. 소풍에서 돌아온 아이는 마중 나온 엄마에게 "엄마, 나 걱정했어?"라고 물어요. 온종일 자신을 걱정했을 엄마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모습이에요. 이 대목은 아이의 성장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아이에겐 걱정보다 믿음이 더 필요한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