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11일 동안 쉬지 않고 1만3500㎞ 날았대요

입력 : 2022.11.02 03:30

큰뒷부리도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최근 도요새의 한 종류인 큰뒷부리도요<사진>가 화제가 됐어요. 미국 알래스카를 출발해 쉬지 않고 11일 동안 1만3500㎞를 날아가 호주 남동쪽 태즈메이니아섬에 도착했대요. 새가 중간에 쉬지 않고 가장 오래 날아간 기록인데, 새에게 5g짜리 위성 추적 장치를 달아놓았기 때문에 비행 추적이 가능했대요.

이처럼 큰뒷부리도요는 새의 장거리 비행 기록 소식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새랍니다. 그래서 '조류계의 마라톤 선수'라는 별명까지 붙었어요. 큰뒷부리도요의 몸길이는 최장 39㎝이고, 두 날개를 펼친 너비는 최장 75㎝예요. 위를 향해 휘어 있는 부리는 먹이인 갯지렁이 등을 모래 속에서 잡아 끄집어내는 데 적합하죠.

이 새는 여름에 북극과 가까운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에 걸쳐 있는 벌판에서 번식해요. 번식을 마치면 호주나 뉴질랜드 또는 동남아시아 등의 해안으로 가서 겨울을 나지요.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향하는 도중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잠시 쉬기도 해요. 그래서 나그네새(먼 거리를 이동하던 중 우리나라에 잠시 들르는 철새)로도 분류되죠.

큰뒷부리도요가 이번 경우처럼 쉬지 않고 한 번에 날아가는 것은 갈매기·오리·펠리컨 같은 다른 물새들과 달리 발에 물갈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육지가 없는 망망대해에서도 물 위에 내려앉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이런 조건에서도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몸 상태를 장거리 비행에 최적화하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해요. 큰뒷부리도요는 우선 비행에 도움을 주는 바람을 타는 능력이 뛰어나대요. 또 비행하는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컨디션을 끌어올린대요.

출발 전 준비도 철저하죠. 갯지렁이나 게·새우 등을 충분히 먹어 몸에 지방을 최대한 축적한대요. 장거리 비행을 하기 전 큰뒷부리도요 몸 전체의 55%가 지방질로 채워질 정도래요. 이때 간이나 콩팥, 모래주머니 등 주요 내장이나 소화기관의 크기는 최소한으로 쪼그라드는 반면 날아가는 데 중요한 가슴 근육이나 심장은 더 커져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쪼그라들었던 소화기관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날아가는 동안 몸속 지방이 소진되면서 몸무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대요.

과학자들은 큰뒷부리도요가 다른 새들보다 날씨를 관측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해요. 대기 상태, 바람 방향 등이 가장 적합할 때를 골라 출발한다는 거죠. 이런 행동은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날씨 상태를 보며 언제 이륙할지 결정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대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날아오르더라도 실제로 비행하는 동안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답니다.
정지섭 기자 도움말=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이진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