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267] '부서지다'와 '부숴지다'

입력 : 2022.11.02 03:30
[예쁜 말 바른 말] [267] '부서지다'와 '부숴지다'

*"파도가 (부숴지는,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바위섬'이라는 노랫말의 첫 소절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부서지는'입니다. '부서지다'는 '단단한 물체가 깨져 조각이 나다' '액체나 빛 따위가 부딪쳐 산산이 흩어지다' '희망이나 기대 따위가 무너지다'라는 뜻이 있어요. '돌이 부서지다' '햇살이 부서지는 한낮' '기대가 부서졌다' 등과 같이 쓰지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부숴지다'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두 말을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단단한 물체를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만들어진 물건을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부수다'가 '부숴 버리다(부수어 버리다)' '부쉈어(부수었어)' 등과 같이 활용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부수다'에 '-어뜨리다' '-어트리다'가 연결된 말을 '부숴뜨리다' '부숴트리다'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에는 '부서뜨리다' '부서트리다'가 맞는 말입니다.

[예문]

―최근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의 영향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해변의 보트들이 부서지고 뒤엉킨 사진 기사를 보았다.

­―그의 매몰찬 한마디는 그녀의 남은 희망을 여지없이 부서뜨리고 말았다.

­―억지로 문을 열려다가 손잡이를 부서뜨렸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