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모음 글자… 하늘(·)땅(ㅡ)사람(ㅣ) 본떠 만들었죠

입력 : 2022.10.20 03:30
[재밌다, 이 책!]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모음 글자… 하늘(·)땅(ㅡ)사람(ㅣ) 본떠 만들었죠

노는 게 좋은 ㅡ ·ㅣ

전정숙 지음 | 김지영 그림 | 출판사 올리 | 가격 1만4000원

'모음 동네'에 사는 땅이(ㅡ)와 사람이(ㅣ)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요. 작대기처럼 길쭉한 모습은 서로 닮았지만 둘은 별로 친하지 않아요. 왜냐면 땅이는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람이는 서 있기를 좋아하거든요. 또 땅이는 앞만 보고 다니는데 사람이는 위만 보고 다녀요. 땅이와 사람이가 생각할 때 서로는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그래서 땅이와 사람이는 모음 동네를 벗어나 다른 동네인 '자음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모음 동네에 누군가 이사를 왔어요. 이름이 하늘이(·)라네요. 하늘이는 데굴데굴 굴러다녔어요. 동글동글하게 생겨 어디든 갈 수 있었죠. 성격도 동글동글해서 누구와도 잘 어울렸어요. 사람이는 이런 새 친구 하늘이와는 노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땅이도 하늘이랑 놀고 싶어 한다는 거였죠.

하늘이는 땅이와 사람이를 한자리에 불러 놓고 둘에게 이렇게 물어요. "둘이 엄청 닮은 거 알아? 비슷한 친구끼리 왜 같이 안 놀아?" 바로 그때 옆 동네 자음 친구들이 놀러 왔어요. 알고 보니 하늘이가 이 친구들을 부른 거예요. 하늘이는 땅이와 사람이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그러곤 우리가 모두 놀면 훨씬 더 재미있을 거라고 둘을 설득해요. 하늘인 이렇게 말해요. "우리가 모이면 뭐든지 만들 수 있어."

하늘이의 말은 사실이었어요. 땅이와 사람이와 하늘이 세 친구가 자음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하자, 온갖 소리가 들려오네요. 이들은 '야호' '크크크' '칙칙폭폭' 같은 글자를 만들며 놀았어요. 친구들은 '우리'라는 글자를 크게 써봅니다. 땅이와 사람이와 하늘이, 세 친구가 등장하는 모음 동네 동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요.

그런데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기자, '훈민정음의 모음 글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문장이 적혀 있네요. 책은 질문에 대해 꼼꼼하게 대답해줘요. 한글의 모음 기본 글자는 하늘(·)과 땅(ㅡ), 사람(ㅣ)을 각각 본떠 만들어졌다고 해요. 모음의 기본 글자는 하늘이, 즉 '·'의 위치에 따라 음과 양으로 나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등장하네요. 'ㅡ'나 'ㅣ'의 위나 오른쪽에 '·'가 붙으면 'ㅏ' 'ㅑ' 'ㅗ' 'ㅛ' 같은 밝고 따뜻한 소리가 되고, 아래나 왼쪽에 붙으면 'ㅓ' 'ㅕ' 'ㅜ' 'ㅠ' 같은 어둡고 차가운 소리가 된대요. '아야오요' '어여우유'처럼요.

이 책을 쓴 전정숙 작가는 오랫동안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글자를 가지런히 배열하는 일을 해 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한글의 모음이 캐릭터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모음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책의 그림을 그린 김지영 작가는 한글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표현했어요. 눈동자만으로 주인공들의 생각과 감정까지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