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올해 노벨 문학상 받은 佛 여성 작가가 어머니에 대해 쓴 자전적 소설이죠

입력 : 2022.10.17 03:30

한 여자

[재밌다, 이 책!] 올해 노벨 문학상 받은 佛 여성 작가가 어머니에 대해 쓴 자전적 소설이죠
아니 에르노 지음|정혜용 옮김|출판사 열린책들|가격 1만3800원

프랑스의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82)가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에르노를 선정한 이유로 작품 속에 드러나는 '개인 기억의 뿌리'와 '집단 통제를 드러낸 용기와 냉정한 예민함'을 꼽았지요. 에르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는 작가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경험을 돌아본 뒤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쓰는 걸 '자기 서사'라고 불러요. 에르노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전기도,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리라. 어머니의 열망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 온 이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

이 말에 자기 서사 작품이 오늘날 가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미처 조명받지 못한 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와 세계의 맥락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에르노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그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어머니'이자 한 시대를 살다 간 한 '여자'에 대해 기록한 거지요. 에르노는 이 책에서 '냉정한 예민함'을 유지합니다. 자신을 너무 불쌍히 여기거나 회한에 젖지 않은 채 최대한 객관적으로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죠.

이 책 속 에르노의 어머니는 노르망디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평생에 걸쳐 가난이라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어 한 것으로 보여요. 새로 나온 노래와 책을 접하고, 화장을 하고 연극·영화를 보러 다니며 자신감을 얻고자 했습니다. 또한 딸인 에르노를 통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추구하고 딸에게 자신이 누리지 못한 모든 것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나 딸은 어느 순간 어머니가 더는 자신의 삶의 모델이 될 수 없음을 느낍니다. 교육을 통해 계층과 계급의 사다리를 올라간 에르노는 어머니의 거친 말투가 거슬리기 시작하고 어머니는 곧 딸의 이런 속마음을 알아차리지요.

사실 에르노가 처음 자기 서사를 선보였을 때 과연 그의 작품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썼기 때문에 "소설이 아닌 폭로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거지요. 하지만 에르노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걸 멈추지 않았어요. 그 결과, 2003년 프랑스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됐고, 올해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킬 나의 이야기. 끈기를 가지고 오늘부터 써 보면 어떨까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