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숲속 생쥐 이야기 생생하게 그리려 1년 넘게 숲에 살며 자연 관찰했죠

입력 : 2022.10.13 03:30

숲의 시간

[재밌다, 이 책!] 숲속 생쥐 이야기 생생하게 그리려 1년 넘게 숲에 살며 자연 관찰했죠
윌리엄 스노우 지음|앨리스 멜빈 그림|이순영 옮김|국립수목원 감수|출판사 북극곰|가격 1만9000원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방식은 다양해요. 출판 편집인이 책을 먼저 구상한 경우에는 그 기획에 맞는 글과 그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하죠. 글을 쓰는 작가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그림책의 기획자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들어 있는 책이잖아요? 그래서 저자 한 사람이 글과 그림 모두를 직접 쓰고 그리기도 하지만,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해 책을 내는 경우도 많아요.

이 책에서는 책의 그림을 그린 앨리스 멜빈에게 주목해봐요. 그는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예요. 그가 태어난 솔트본이라는 곳은 그림 같은 해변 마을이라네요. 멜빈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화가인데요.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국 최대의 어린이 독서 자선 단체인 '북트러스트'로부터 최우수 신인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 책은 숲속 마을에 사는 생쥐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데요. 생쥐가 살아가고 있는 숲의 모습은 참 따뜻한 느낌입니다. 멜빈은 이 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1년이 넘도록 숲에 들어가 자연 속에서 지냈다고 해요. 그곳에서 식물과 동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림을 그린 거예요. 여기에 그의 남편인 윌리엄 스노우가 글을 적어 책을 완성했지요.

이야기는 눈 쌓인 1월부터 시작돼요. 숲속 앙상한 나뭇가지엔 온통 눈이 쌓여 있네요. 이렇게 추운 날이면 생쥐는 밖에 나오지 않고 집 안에만 머무르나 봐요. 이 그림책은 생쥐의 집을 직접 열어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는데요. 2층 방 안에서 이불을 덮고 책을 읽고 있는 생쥐의 모습이 보이네요.

3월이 되자 생쥐는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고슴도치를 도와주러 가요. 바람에 이불보가 펄럭이고 나무에 달린 이파리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네요. 생쥐는 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오소리 친구와 함께 당근과 호박을 수확하며 5~8월을 보내요. 9월엔 달콤한 과일로 잼과 소스를 만들었어요. 생쥐의 창고 안에는 저장해놓은 식료품들이 가득 쌓여 있네요. 11월이에요.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있네요. 생쥐는 여우와 함께 앉아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모닥불을 바라봅니다.

멀리서 볼 때의 숲은 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책을 통해 깊숙이 들어가 본 숲속은 분주하고 역동적인 공간이었네요. 매달 모습이 달라졌고, 또 그곳에서 사는 동물들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숲은 아름다움과 즐거움 모두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네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