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에일리언' 시리즈 외계인 머리 조각과 '죠스' 속 식인 상어 모형 전시돼 있죠

입력 : 2022.10.11 03:30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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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하 아카데미 박물관·사진)에서 지난 1일부터 한국 영화 상영회가 열리고 있어요. 작년 9월 개관한 이 박물관에서 한국 영화 기획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2000년대 이후 개봉한 한국의 대표적인 공포·스릴러 영화 8편을 뽑아 선보이는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가 각각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해요.

아카데미 박물관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가 개관한 미국 최대 규모의 영화 센터입니다. 아카데미는 아카데미상과 관련한 방대한 양의 수집품(컬렉션)을 기증받아 모아왔는데요. 이 박물관은 영화와 관련한 전시를 기획하고 수집품을 선별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독립적인 공간이랍니다.

아카데미 박물관의 설계를 맡은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85)는 1998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건축상을 받은 대가인데요. 그는 "건축을 하지 않았으면 영화를 제작했을 것"이라고 회고할 정도로 영화광이랍니다.

아카데미 박물관은 지난 1939년부터 1992년까지 백화점으로 쓰이며 지역 명물로 자리 잡은 7층 규모의 메이 컴퍼니 빌딩을 전시동으로 증개축한 것이 특징이에요. 백화점으로 쓰이던 시절의 건물 외형을 일부 보존했는데, 24K 금으로 치장한 타일 3만5000개를 붙여 립스틱 모양으로 형상화한 건물 모서리가 대표적이죠.

이 백화점 건물 옆 부지에는 특수 가공한 유리 패널 1500개로 유리 돔을 만들고, 그 아래로 대극장이 자리한 스피어 빌딩을 새로 지었어요. 전시동과 스피어 빌딩은 투명한 유리 다리로 연결돼 있는데요. 백화점을 개조해 만든 전시동 건물은 과거를 상징하고, 새로 지은 스피어 빌딩은 미래를 의미해요.

전시동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2~3층에 걸쳐 있는 상설 전시관이에요. 현재 '영화의 이야기'라는 상설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1929년 시작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90여 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속 소품도 전시돼 있는데요.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신었던 루비 구두, 에일리언 시리즈의 첫 편인 '에일리언'(1979)에 등장하는 외계인 머리 조각,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우주복, 죠스 시리즈 첫 편 '죠스'(1975)에 나온 식인 상어의 원본 크기 모형 등이 대표적이지요.

또 스피어 빌딩 5층에 있는 '돌비 패밀리 테라스'는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데요. 거대한 유리 돔 천장에서 메아리 효과가 극대화되며 작은 소리도 크게 확대돼 들리는 독특한 음향 체험이 가능하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