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올빼미 머리의 원반 모양 깃털은 보청기처럼 소리 증폭시켜주죠

입력 : 2022.10.06 03:30
[재밌다, 이 책!] 올빼미 머리의 원반 모양 깃털은 보청기처럼 소리 증폭시켜주죠

새와 깃털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 원지인 옮김 | 출판사 보물창고 | 가격 2만원

깃털은 새의 피부 겉면을 덮고 있는 털을 뜻해요. '깃'이라고도 하고, 한자어로는 우모(羽毛)라고도 하죠. 그런데 깃털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라고 해요. 섬세하고 복잡하고 화려하며, 아름답고 강인하기까지 하거든요. 수없이 다양한 생명이 이룬 생태계에서 새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바로 깃털이에요. 깃털은 새가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이니까요.

이 책은 새와 깃털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그림책이자 과학 도서예요. 형태는 그림책이지만 구성은 백과사전처럼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책을 펼치면 깃털의 구조, 깃털의 종류, 깃털의 색, 깃털의 진화 등 깃털에 대한 간결하고도 정확한 설명이 우선 이어져요. 날갯짓과 정지 비행, 활상(滑翔·새가 날갯짓을 하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나는 것) 등 새의 비행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지요.

특히 과시용 등 깃털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는 대목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백과사전에 있는 정지된 모습의 사진 대신 모두 역동성을 함께 표현한 그림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 깃털의 역할과 기능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요.

책 속에는 '깃털 보청기'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올빼미와 같은 새들은 얼굴에 있는 깃털이 두 눈 주위로 커다란 원반 모양을 그리며 배열돼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원반 모양의 깃털은 올빼미의 귀로 소리가 전달될 때 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어둠 속에서도 먹잇감의 위치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도록 돕지요.

책에는 깃털과 인류 문화와의 관계 등도 담겨 있어요. 그중 '달 위로 떨어진 깃털'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에요. 달에는 깃털 하나가 놓여 있다고 하는데요. 1971년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에 갔던 우주비행사 데이비드 스콧이 지구에서 가져간 매의 깃털을 놓고 왔대요. 이후 아무도 이 깃털을 건드리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기 때문에 그 깃털은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해요.

스콧은 달에 깃털을 왜 가져간 걸까요? 17세기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낙하운동(중력으로 인해 물체가 지구 중심 방향으로 떨어지는 운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밝힌 과학자인데요. 스콧은 갈릴레이가 지구에서 했던 것처럼 달에서 깃털과 망치를 동시에 떨어뜨려 보기로 했어요. 지구에서는 중력과 공기저항 때문에 깃털보다 망치가 먼저 떨어지지만, 중력과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달에서는 깃털과 망치가 동시에 달의 표면에 닿았다고 해요.

작은 깃털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지식과 인간의 문명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