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英 탄광 지대 직접 취재하고 집필… 환경 열악한 광부들 삶 담아냈죠
입력 : 2022.10.04 03:3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1937년 출간된 조지 오웰(1903~1950)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984' '동물농장' 등에 담긴 오웰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받는 중요한 저작이에요.
1936년 오웰은 '레프트 북클럽'이라는 단체에서 영국 북부 탄광 지대의 실업 문제를 취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요. 오웰은 두 달에 걸쳐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를 샅샅이 돌아다녀요.
오웰은 광부들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싸구려 하숙집 등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실상을 파악하려고 했어요. 여인숙의 침대는 놀랍게도 거의 'ㄱ' 자에 가까웠어요. 좁은 방에 여러 개의 침대를 넣기 위한 방법인데, 누구 하나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구조였죠. 탄광 안은 비좁아서 무릎걸음을 해야 했고, 광부들은 그 자세로 힘겨운 삽질을 해야만 했어요.
그런가 하면 지열(地熱·지구 안에 있는 열)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더위에 시달리면서, 석탄가루가 목구멍과 콧구멍에 가득 찬 상태로 작업을 해야 했죠. 또 "기관총 소리처럼 시끄러운 컨베이어 벨트의 소음"도 광부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어요. 오웰은 이 상황을 보고 "그들(광부)이 하는 일은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엄청나다"고 했어요.
그러나 생활 환경·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광부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삶마저 비참하지는 않았다고 오웰은 말합니다. 오웰은 "노동계급 가정에는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따스하고 건전하고 인간적인 공기가 있다"고 말해요. 추운 겨울날 마시는 차 한 잔, 조리용 난로에 얹어둔 음식의 불꽃, 흔들의자에 앉아 경마 결승전 소식을 읽는 아버지, 한쪽에서는 바느질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정겨움을 자아냈죠. 하지만 이것은 직장이 있는 경우만 그럴 뿐이었어요. 실업 상태라면 거의 지옥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오웰은 분노에 가까운 글을 쏟아내요.
오웰은 책 말미에 기계화에 대한 성찰도 보여줘요. 당시 널리 보급되고 있던 탄광 기계들은 가난한 노동자의 실업을 가속화했지만, 탄광 주인들로서는 반가운 일이었죠. 그는 "기계의 기능은 일을 덜어주는 것"이라면서도 기계의 급속한 보급이 노동자들의 삶을 껴안으며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 책은 단지 탄광 지역의 어려움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곁들이고 있어 "실업을 다룬 세미다큐멘터리(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여 만듦)의 위대한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