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과거엔 그냥 동물 전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동물 보호 중심… 역할 달라져

입력 : 2022.10.03 03:30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

[재밌다, 이 책!] 과거엔 그냥 동물 전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동물 보호 중심… 역할 달라져
노정래 지음|출판사 다른|가격 1만4000원

많은 사람이 동물원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쉬이 접할 수 없는 동물을 실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워하죠. 하지만 동물원이 처음 왜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동물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고 동물원 직원이 하는 일은 어떤 건지 잘 떠올리지 않죠.

이 책은 이런 고민을 대신 해줍니다. 사실 동물원은 왕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희귀한 동물을 수집하면서 시작된 거거든요. 그런 동물원의 슬픈 역사를 소개하고, 동물 복지 의식이 발전하면서 동물원의 목적이 '동물 소장'에서 '자연 보호'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줘요.

저자는 제주도에서 2013년 7월 18일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성공시켰어요. 이를 계기로 같은 처지였던 남방큰돌고래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도 방류됐죠. 이 사건은 동물 복지를 우리나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동물 복지란 동물이 배고픔이나 불편함, 두려움 등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뜻해요. 이전까지 돌고래를 팔아 수익을 남겼던 어부들도 제돌이 방류 이후엔 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구조 센터에 알렸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동물원 안전 문제와 동물 복지의 관계도 살펴보게 됐는데요.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곳곳의 동물사(動物舍)가 개선되고 동물에게 안전하지 않은 곳이 뜯어고쳐졌다 합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동물원을 찾는 시민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동물원은 사람들 동물 복지 의식과 함께 발전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요.

저자는 체험형 동물원을 표방하며 등장한 실내 동물원들, 동물을 기르는 동물 카페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 실내 동물원은 실내에 있기 때문에 동물사가 좁고 햇빛이 비치지 않아 동물 건강을 해친다는 거예요. 카페에 동물을 풀어놓는 동물 카페는 실내 동물원보다 더 좁아요. 게다가 사람이 동물을 만질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동물원의 역할은 시대마다 변해 왔어요. 동물을 단지 구경거리로 여기던 과거에 동물원 직원은 동물을 기르고 치료하는 정도의 일을 했습니다. 반면 지금 동물원 역할 중 중요하게 취급되는 건 멸종 위기종을 보전하는 겁니다. 오늘날 동물원은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해 방사하는 등 동물 전시 이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목표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동물 대신 종(種) 보전에 앞장선 사람들의 노력과 성과가 동물 대신 전시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이른바 '동물 없는 동물원'이 되는 거죠.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