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오래된 미래'인 역사 속에서 현재 바라보고 미래 준비하죠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한국사 이야기
재밌는이야기역사모임, 박은화 지음
출판사 더숲|시리즈 1~6권 가격 총 8만4000원
이 책에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등장해요. 그런데 이 말은 상당히 이상한 표현으로 보이네요. '오래된'이란 과거의 것을 뜻하잖아요. 그런데 '미래'라는 단어를 꾸미고 있네요. 이런 것을 '형용모순', 혹은 '모순어법'이라고 해요. '빛나는 어둠'이나 '찬란한 슬픔'과 같이 이치에 어긋나도록 표현함으로써 그 속의 의미를 강조하는 거예요. 이런 말은 극적인 긴장감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요.
역사는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라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떠올리게 되니까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공자의 말씀과도 비슷하네요.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거지요. 최근 6권으로 완간된 이 책의 시리즈는 바로 한국인의 오래된 미래를 구성한 역사책입니다.
어려서부터 '단군 할아버지'라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많은 사람이 단군을 사람 이름으로 생각하는데, 단군은 이름이 아니라 직위라고 해요. 이런 사실만 알면 단군의 통치 기간과 나이가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지요. 단군이 1908세까지 살았다는 신화는, 단군이라는 직위가 그 기간만큼 존재했다는 의미예요. 말하자면 고조선과 단군에 관한 건국 신화는 비현실적인 동화 같은 것이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둔 비유적 표현인 셈이네요.
이처럼 이 책의 시리즈에는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인 선사시대부터 대한민국의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어요. 1권에는 강력한 고대 국가가 탄생했던 삼국 시대 등 우리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2권에서는 후삼국 시대를 거쳐 우리 민족의 진정한 통일 국가인 고려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했던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조선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왕조 탄생과 조선의 이야기는 3~5권에 담겨 있고요.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는 6권에 담겨 있어요. 이렇게 이 시리즈는 한반도의 역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요.
역사라는 분야를 재미있게 느끼는 이도 있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많아요. 이것은 역사를 '이야기로 여기는지'와 관련이 있어요. 연도만을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으로 여긴다면 역사만큼 괴로운 과목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역사 속 당시의 풍경, 사람들의 모습, 역사적 인물의 생각과 심정 등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길 수 있다면, 역사만큼 흥미진진한 학문도 없어요.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의 수많은 스토리텔링(상대방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을 재밌게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를 단편 지식이 아닌, 거대한 줄기를 가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